대장질환
복통·메스꺼움 동반한 변비, 섬유질 먹으면 더 악화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1/08/17 08:58
복통·메스꺼움 느낄 때 - 스트레스로 장에 경련 일어나
대장이 수분 흡수해 변 딱딱… 물 많이 마셔 변 부드럽게
윗배 단단·변의 못 느낄 때- 장 근육 신경세포 줄어들어… 잡곡밥·과일 등 섬유질 섭취
의료계는 한국인의 만성변비 유병률을 16% 내외로 본다. 여섯 명 중 한 명은 변비를 갖고 있는 셈이다. 변비는 유형에 따라 증상과 치료법이 다르다. 무턱대고 변비약을 사먹거나 섬유질을 먹으면 악화할 수도 있다.
◆서행성 변비: 윗배에 변 차있고 변의 못 느껴
가장 흔한 변비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중구 교수는 "이 유형의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은 대부분 장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세포가 감소돼 있다"며 "이 때문에 대장의 운동능력이 떨어져서 변을 직장으로 밀어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변의(便意) 자체가 생기지 않으며, 대장에 변이 꽉 찰 때까지 1~2주일간은 복통도 없다. 누워서 윗배를 손으로 눌러보면 변이 차서 딱딱하다.
흰 쌀밥 대신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을 먹고,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생활요법이나 변비약을 먹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권중구 교수는 "배가 아플 때까지 변을 보지 못하면 병원에서 관장을 하거나, 전문의약품인 위장관운동촉진제를 처방받아 2주일 정도 복용하면 증상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전문의약품이든 일반 변비약이든 오래 복용하면 장을 자극해 복통이나 체내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므로 주의한다.
◆경련성 변비:복통·메스꺼움 느끼고 딱딱한 변 나와
과민성장증후군과 관련이 있다. 장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변비가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장의 감각이 예민하거나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잃으면 경련이 일어난다. 그러면 배에 가스가 차고 복통과 메스꺼움이 생긴다.
비에비스나무병원 외과 김경호 전문의는 "대장 운동 자체는 활발하기 때문에 변이 직장까지 잘 넘어가지만, 과민한 대장이 변의 수분을 다 흡수하기 때문에 변이 장 내에서 토끼 똥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며 "서행성 변비와 달리, 섬유질을 섭취하면 장운동이 더욱 촉진돼서 변이 더 딱딱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을 마시는 등 수분을 공급해 변을 부드럽게 만들라"고 말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변비약을 함부로 먹어도 안된다. 변비약이 장을 자극해 더욱 과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산균 섭취가 변비 해소에 도움된다. 병원에서도 유산균제제를 처방한다.
◆직장형 변비: 변의 느끼지만 괄약근 안 열려
만성변비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괄약근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감소하거나 복압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노년층에 많이 나타난다. 괄약근의 모양이나 기능에 문제가 있는 젊은 사람도 생긴다. 부드러운 변이 직장까지는 정상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변을 보지 못해도 복통이 생기지는 않는다.
직장형 변비는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는 좋아지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는 "변이 배설되지 못하고 직장에 쌓이면 직장 점막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긴다"며 "이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항문에 압력을 측정하는 전기 센서를 달고 모니터를 보면서, 어떻게 힘을 써야 복압이 상승하고 항문이 열리는지 스스로 찾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10회 정도 치료받으면 증상이 개선된다. 이 치료에도 반응이 없으면, 항문이 잘 벌어지도록 내괄약근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