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에 조금 둔감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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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준 헬스조선 대표
얼마 전 한동안 가슴이 불편했습니다. 아픈 것은 아닌데 무언가 기분 나쁜 느낌이 3~4일에 한번씩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의학기자 16년 동안의 '서당개 생활'로 어느 정도 '풍월'을 읊을 수 있게 됐건만 도무지 짚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쪽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 예민해지지 말자!'며 마음을 편히 가졌는데, 지금은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직 쉰도 되지 않았는데 가끔씩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낍니다. '혹시 나쁜 병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제가 이럴진대 저보다 훨씬 나이 많고, 건강 지표도 나쁜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건강에 지나치리만큼 예민한 주위 선배들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독성이 돼 진짜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그렇다고 자기 몸의 이상 신호에 둔감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방치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좀 막연하지만 '보통 수준'의 종합검진이 '민감'과 '둔감'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합검진은 생명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빈도(多頻度) 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훌륭한 수단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선 좀 예민하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검진 결과표에 표시되는 각종 수치나 상태에 대해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하고 깐깐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지나치게 예민한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종합검진이 '면죄부'는 아니어서 췌장암 등은 조기발견이 어려우며, 1년 사이에 갑자기 위암이 생겨 확 번지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정밀한 검사들로 구성된 고가의 정밀검진이 인기인데, 저는 이것들이 득(得)보다 실(失)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은 종합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는데도 정밀 심장혈관 촬영을 받고 한쪽 심장혈관이 40~50% 좁아졌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의사는 "나이를 감안할 때 정상이며 특별한 치료도 필요 없다"고 했지만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비싼 돈 쓰고 괜한 걱정만 얻은 셈이죠.

건강 문제와 관련해선 개인이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의 영역이 있고,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췌장암이나 혈액암 등은 통상적 검진으로 조기발견이 어렵고, 발병인자가 적은데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가능성을 걱정하고 대비하려기 보다 차라리 운명에 맡기면 어떨까요? 스트레스가 건강의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기 몸에 조금 둔감해 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임호준 헬스조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