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피임약 최신 트렌드

최근 슈퍼마켓 약판매 논란이 벌어지면서 약계가 사후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구하고, 산부인과의사회는 모든 먹는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하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피임약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먹는 피임약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수유를 하는 동안 배란이 억제된다는 점에 착안한데서 비롯됐다. 몸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임신과 유사한 상태를 유도함으로써 난자의 성숙과 배란을 방지하는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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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피임약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여드름 개선 등 다른 효과도 볼 수 있지만,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사용하면 안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여드름 치료 효과 겸비한 4세대까지 진화

최초의 먹는 피임약은 196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에노비드'이다. 그 이후 부작용 개선을 위해 에스트로겐 용량을 줄이는 쪽으로 발전해 현재 4세대 피임약까지 나와 있다. 대부분 일반의약품이다.

1세대 피임약은 에스트로겐의 함유량이 50㎍ 이상의 고용량으로, 유방암·심혈관질환·혈전색전증·심근경색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에스트로겐 용량을 35㎍ 미만으로 낮춘 2세대 피임약부터는 현재 판매중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2세대 피임약은 미니보라(바이엘헬스케어), 에이리스(화이자), 쎄스콘(크라운제약) 등이 있다.

3세대는 고지혈증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프로게스테론의 용량을 조절한 제품으로, 머시론(MSD), 마이보라(바이엘헬스케어), 미뉴렛(일동제약) 등이 시판 중이다. 4세대 피임약은 바이엘헬스케어의 야즈야스민으로, 산부인과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천연호르몬의 성격에 더 가깝게 만들어 월경전 불쾌장애나 여드름 치료에도 효과를 보인다.

저용량의 에스트로겐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용량 제재는 피임효과가 감소할 위험과 함께 불규칙한 질출혈 발생 빈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35세 이상 흡연여성은 먹는 피임약 삼가야

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불임이 된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 피임약은 복용하다가 끊으면 바로 임신할 수 있다. 피임약을 과다 복용하면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발매된 약은 에스트로겐 함량이 많지 않아 복용법에 맞춰 먹으면 유방암에 걸리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피임약을 복용하면 안된다.

35세 이상이면서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는 여성은 혈전증이나 심근경색 가능성이 커지므로 먹는 피임약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고혈압,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여성도 먹는 피임약보다는 호르몬이 함유되지 않은 다른 피임 방법을 쓰는 게 좋다.

◆사후피임약은 24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 높아

1~4세대의 일반 피임약은 계획적인 피임을 위해 성관계 전에 복용하는 약이지만,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먹는 피임약이다. 고용량의 에스트로겐을 투여해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리이다. 산부인과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사후 피임약은 남용하면 여성의 몸에 매우 해로우며, 심하면 영구 불임이 될 수도 있다. 현대약품노레보, 명문제약레보니아, 바이엘포스티노-1 등이 시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