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팀은 노인성 난청환자 29명을 대상으로 보청기 착용이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우선 이들에게 1초 간격으로 15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어느 정도 기억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어 6개월간 한 그룹은 보청기를 착용시키고 다른 그룹은 착용하지 않게 한 뒤, 같은 검사를 다시 했다. 그 결과, 보청기 착용 그룹은 기억해낸 단어가 평균 32.7개에서 38.5개로 증가했다. 미착용 그룹은 34.4개에서 34.1개로 줄었다.
15개 단어를 보여주고 20분 후 35개의 단어를 추가해 모두 50개 단어를 보여준 뒤 처음 보여준 15개 단어를 찾아내는 테스트도 했는데, 처음에는 두 그룹 모두 평균 11.7개의 단어를 찾아냈지만, 6개월 뒤에는 보청기 착용 그룹 13.1개, 미착용 그룹 11.3개로 차이를 보였다.
심현준 교수는 "이 연구는 난청이 있을 때 보청기를 써서 소리를 명확하게 알아듣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면 기억능력과 학습능력이 개선되며, 난청을 방치해서 청각이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하면 기존의 인지기능까지 나빠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청기 착용해도 청력 더 나빠지지 않아
보청기를 착용하면 소음이 크게 들리면서 오히려 듣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는 오해 때문에 보청기 착용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소리이비인후과 박홍준 원장은 "보청기를 처음 사용하면서 적응하는 기간 중에는 잡음이 다소 크게 들리는데, 그렇다고 청력이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며 "시력에 안경 도수를 맞추듯 보청기도 착용하는 사람의 청력에 맞게 주파수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치면 소음이 사라지고 편하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처음에는 2~4주 간격으로,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6개월 간격으로 이비인후과에 가서 자신의 청력에 맞게 주파수를 조절한다. 주파수를 조절해도 들어야 하는 소리가 주변 소음과 제대로 구별되지 않거나(분별도 이상), 소리가 웅웅거리며 울리면 귀 상태와 청력 검사를 다시 받아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새로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