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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최규복 대표와 함께한 어느 특별한 일요일
취재 이미영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1/05/11 08:51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유명한 유한킴벌리 최규복 대표(55)는 올해도 어김없이 나무를 심기 위해 산에 올랐다. 그 어느 해보다 햇살이 좋아 다행이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 모습은 냉철한 기업의 총수이기 전에 따스한 봄날의 정취에 흠뻑 취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 대한민국의 모든 산을 오른 남자
“북한산·도봉산·설악산은 물론이고 금강산에도 지금 제가 심은 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대표로 취임한 해는 2010년이지만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게 벌써 28년 전 일입니다. 그동안 유한킴벌리에 근무하면서 계속 나무심기를 해왔으니 대한민국의 산을 다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4월 3일, 식목일을 이틀 앞두고 경기도 여주의 한 산 중턱에서 만난 최규복 대표는 분주한 손놀림으로 묘목을 심고 있었다. 때 이른 뜨거운 봄 햇살에도 아랑곳없이 최 대표는 목장갑을 끼고 삽으로 얕게 땅을 판 후 백합나무와 소나무 묘목을 부지런히 땅에 심었다. 손으로 흙을 덮고 발로 땅을 단단하게 밟아 마무리한 후 석회가루로 묘목을 심은 구역임을 표시해 주면, 이 땅에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심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유한킴벌리는 매년‘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신혼부부와 사회 명사들이 함께 모여 ‘우리 강산’ 곳곳에 나무를 심고 있다. 올해는 신혼부부 300쌍과 시민사회 리더 60여 명 등 모두 7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됐으며, 나무 심는 곳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을 남겨 10여 년 후 자신의 나무를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최 대표가 지금까지 나무를 심은 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산은 몇 년 전 오른 금강산이다.
“북측의 금강산 인근 고성지역에서 나무를 심었어요. 수림이 울창한 길을 조금 벗어나니 나무가 거의 없는 구릉이 보이더군요. 나무가 거의 없는 금강산에서 신혼부부와 사회 리더들과 나무를 심는데 기분이 아주 묘했어요. 풀과 관목으로 뒤덮인 산 중턱에 덩그러니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 쓸쓸한 벌거숭이산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고 어릴 때 보던 1960년대 벌거숭이산이 떠올랐습니다. 다음 세대에게는 좋은 숲과 미래를 물려 주어야겠다는 사명감에 더 정성 들여 나무를 심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최규복 대표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나무심기는 매년 국유림 혹은 공유림에서 공익 목적으로 진행한다. 유한킴벌리는 국유림에서 매년 나무를 심거나 숲을 가꾸는 행사를 한다. 나무심기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함께 심은 수백 그루의 묘목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공익기금을 통해 잘 자라도록 가꾸고 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나무심기 캠페인을 설명하는 최 대표 입가에 뿌듯한 자긍심이 엿보인다. 최 대표는 매년 공식적으로 열리는 기업 행사 외에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CEO답게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에코 생활수칙을 실천하며 산다.
“개인적으로 ‘생명의 숲’ 같은 숲 보호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환경에 기여하고 있어요. 일상생활에서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절전 등의 생활수칙을 지키려 하고, 가까운 거리는 되도록 걸어다니려고 애씁니다. 집 안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적정량 음식만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해요.”
최 대표의 에코 생활수칙은 유한킴벌리 각 사업장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환경보호 활동과도 일맥상통한다. 유한킴벌리의 각 사업장에서는 에너지 절감, 승용차 요일제, 자전거타기, 숲가꾸기, 음식 남기지 않기 등 탄소저감과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 일회용 위생기저귀를 만드는 친환경적인 회사
최규복 대표는 1983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뒤 2000년 유아용품사업개발담당 상무를 거쳐 2010년 유한킴벌리 대표가 되기까지 28년 여의 세월을 유한킴벌리와 함께 성장한 ‘내추럴 본 유한킴벌리맨’이다. ‘하기스’ 등 일회용 기저귀로 유명한, 친환경과 거리가 먼 기업의 이미지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친환경적 기업으로 거듭나게 만들기까지 누구보다 오랜 세월을 앞장서 노력해온 기업의 리더이기도 하다.
“기저귀는 위생용품입니다. 안전을 위해 주사기를 삶아서 사용하거나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천기저귀를 삶아서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위생 종이기저귀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2005년 영국 환경청 공식 자료에 따르면, 천기저귀는 생산과정과 빨아 쓸 때 물과 세제 사용에 환경 부하가 많은 반면, 위생 종이기저귀는 폐기물 발생이 상대적으로 많을 뿐 환경 부하는 서로 비슷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위생 종이기저귀는 공정 중 환경 부하 저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쏟아지고, 부피도 작아졌으며, 소재 또한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유한킴벌리는 위생 종이기저귀에 사용하는 펄프 구매 시 ‘지속가능산림인증’을 취득한 펄프만 구매하고, 기저귀 최초로 ‘탄소성적표지인증’을 획득한 ‘하기스 네이처 메이드’처럼 기저귀 안쪽 커버를 옥수수 추출 식물 녹말로 만든 자연주의 기저귀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면서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규복 대표는 지금의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만들기까지 회사 내부적으로는 원료에서 생산·물류 등 제품의 생산과 공급 전 과정에서 환경경영을 위해 노력했으며, 사회책임경영을 기반으로 일회용품에 친환경 기업관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최 대표는 두 가지 생활철칙이 있다. 첫째는, 서점을 자주 찾는 것.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에 대한 책을 많이 읽기 위해 가능하면 자주 서점을 찾는다. 서점 갈 때마다 매주 바뀌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서 대중이 관심을 갖는 일들이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해 이를 회사정책에 반영한다. 지금 당장 읽을 만한 책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서점에 갈 때마다 새로운 책들을 많이 접하고, 사회에 관심을 갖는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관심 있는 지면이나 칼럼을 꼭 찾아 읽는 것도 그의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사람과의 다양한 만남이다. 사회 흐름에 다채로운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과이다. 다양한 기업의 CEO와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신선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물론 우리 회사 사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얼핏 평범한 이야기 같은 그들의 삶 속엔 나름대로 보편적 진리와 아이디어가 들어 있으니까요.”
# 건강과 젊음의 비결은 ‘긍정의 힘’
가파른 산 구릉을 힘겨운 기색 없이 날쌔게 오르내리는 최규복 대표는 평소에도 등산 등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즐긴다. 한 달에 한 번 지인들과 산에 꼭 오른다며, 건강비결 중 으뜸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긍정의 마인드를 꼽았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젊을 때는 아마추어 야구단에서 활동했고, 테니스도 즐겨 했습니다. 지금도 등산 등 여러 가지 레저를 즐기고요. 퇴근 후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능하면 걷기 위해 노력하지만, 규칙적으로 실천하진 못해요(웃음).”
오십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동적인 에너지와 동안(童顔)인 최규복 대표의 또 다른 건강비결은 일상에서 쉼 없이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요? 아마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려 하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엔 얼마나 즐거운 일이 많습니까? 생명의 숲이나 미래포럼 같은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이런 활동 중에 나무를 심거나 저출산·고령화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일도 무척 즐거운 일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새롭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일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일이 즐거우면 많이 웃게 되고, 웃으면 사람이 밝고 젊어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특유의 ‘웃는 얼굴’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최 대표만의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이 작용했다.
“기업의 대표를 맡으면 업무 스트레스가 과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스트레스 쌓일 시간도 없어요(웃음). 성격상 지난 일을 두고 후회하거나 잔재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면 스트레스 쌓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몸을 움직입니다.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 가끔 스트레스가 생길 때도 있죠. 그럴 땐 대화와 운동으로 해소합니다.”
대화는 그가 직원 간 단합, 가족 간 화합 등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력하는 생활 수칙 중 하나다. 산에 오를 때면 부인과 손을 꼭 잡고 등반하는 자타공인 ‘애처가’인 최 대표는 회사의 경영방침이기도 한 ‘가족친화’를 집에서도 실천한다.
“우리 집에는 주말에 ‘호프타임’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있어요. 주말이면 아이들은 바쁘니까 아내와 오붓이 집 근처 맥주집에 가서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일주일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편하게 많이 이야기합니다. 매주 호프타임을 갖진 못해도, 자주 하려고 노력해요. 집이 아닌 밖에서 대화를 하면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가벼운 술 한잔은 대화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웃음).”
가만히 있어도 웃고 있는 듯한 선한 눈매와 큼지막한 함박웃음이 무공해 매력 포인트인 최규복 대표는, 건강비결 중 하나로 끼니를 거르지 않는 규칙적인 식사법을 꼽는다.
“음식은 특별히 못 먹는 것 없이 골고루 잘 먹는 편이에요. 단지 아무리 바빠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려고 노력해요. 그 외엔 고기 먹을 때 채소를 많이 먹거나 술 마실 때는 안주를 든든하게 먹고, 평상시 과식하지 않는 게 제 나름의 동안 비결인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