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선생님, 제가 왜 성병에 걸렸죠?
헬스조선 편집팀 | 기고자=조규선 서울탑비뇨기과 원장
입력 2011/05/11 08:51
지난 해 필자의 병원을 찾았던 20대 후반의 남자 환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 여자친구가 있지만 성관계를 갖지 않았고, 이외에 자신이 성병에 걸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성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니, 회사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유사성행위 업소를 드나든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남성들이 직접적인 성기 접촉 없이 남성을 자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방이나 키스방과 같은 업소는 성병에 걸릴 위험이 없거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 매독이나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키스만으로도 얼마든지 감염이 될 수 있는데, 키스방에서 일하는 여성은 수많은 남성과 키스나 구강 성교를 하면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 키스만으로도 성병을 전파시킬 가능성이 많다.
30대 중반의 말끔한 독신남이었던 한 환자 역시 성병으로 필자의 병원을 찾았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문란한 성생활이 문제였다. 여러 명의 여성과 가볍게 동시다발적으로 만남을 가지다 보니, 성병이 걸려도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되었는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고, 치료 또한 쉽지 않았다. 성병은 상대방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어 파트너와 함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 명의 파트너를 동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기껏 치료를 해도 다른 파트너를 통해 다시 옮겨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 기간 동안 관계를 일절 금지하도록 해 겨우 치료를 했지만 결국 예전과 같은 생활을 계속하다 다시 병원을 찾아오는 모습을 봤을 때는 몹시 안타까웠다.
성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즉, 감염되지 않은 배우자 외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만일 여러 명과 성관계를 가질 시에는 정기적으로 성병 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특히 유흥업소 종사자 등 감염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금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 성병을 예방하는 가장 정확하고 간편한 방법은 콘돔 사용이다. 콘돔을 정확히 사용하면 콘돔에 의하여 덥히는 부위로부터의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콘돔이 성기 주위의 모든 부위를 보호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콘돔 외의 뿌리부분과 음낭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에이즈나 매독 균이 포함된 여성의 질 분비물이 흘러나와 상처 부분에 감염될 수도 있으므로 100% 전염을 예방한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상처가 있을 시에는 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성병의 증상이 의심될 때에는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성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잠복기 바이러스에 의해 재발률이 높아 자연 치유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다행히 비뇨기과 치료를 통해서는 비교적 쉽게 완치할 수 있다. 또한 성병은 증상이 미약하다고 방치했다가 불임이나 성기능장애 등 몸에 심각한 이상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을 것을 권한다.
성병에 걸리면 에이즈에 걸릴 확률 또한 높아진다. 성병으로 성기가 아프거나 상처가 생기거나 물집이 잡히면 에이즈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워진다. 또한 상처나 물집이 없더라도 성병으로 인해 성기 주위에 면역세포들이 많아져서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지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병예방을 위한 노력은 강조되어 지나침이 없다. 대한민국도 에이즈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님을 기억하고, 잠깐의 실수나 방심으로 평생이 불행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성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며 소중한 한 사람만을 향한 사랑이 결국 내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소중한 사람과의 아름다운 시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