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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준 헬스조선 대표

생명과 건강에 관한 문제는 사람을 겁주고 선동하기 아주 좋습니다. 광우병 사태가 왜 벌어졌습니까? "미국 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는다"는 비과학적 공포가 원인입니다. 최근 일본 방사선 누출 쇼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사선 빗물을 하루 2L씩 2년간 마시는 것과 엑스레이 사진 1.4회 찍는 것과 같다는 '과학'은 철저히 무시되고, 휴교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이러려면 도대체 왜 과학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1990년대 후반, 컵라면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온 나라가 '패닉'에 가까운 상태에 빠졌을 때 이 분야 취재를 처음 담당한 필자는 몹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컵 라면을 먹으면 암에 걸리고 생식능력도 없어진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식품의 독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하루허용섭취량(TDI·tolerable daily intake)'입니다. TDI는 동물실험을 통해 어떤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은 양, 즉 '최대 무(無) 작용량'을 기초로 산출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동물보다 '소중한 존재'이므로 10배, 사람 중에는 특히 민감한 사람도 있으므로 다시 10배, 모두 100배 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결국 동물에게 안전한 최대 무 작용량의 100분의 1이 TDI가 되며, TDI 이상의 양을 '평생 매일 섭취'하면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기준치의 몇 십 퍼센트에서 몇 배 초과하는 독성 물질이 식품에서 검출되더라도, 설혹 100배 이상 초과하더라도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흥분과 비과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됩니다.

조선일보 한삼희 논설위원이 2009년 발간한 '리스크 테이블(샘터)'은 이같은 비과학의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 역저(力著)입니다. 그는 지금껏 사회 문제가 된 다이옥신이나 포름알데히드, 각종 식품첨가물, 인간광우병 등의 비과학에 휩쓸려 나라 전체가 허둥댔다고 지적하며,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침착한 사회'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의 책에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과 그것으로 인한 인구 10만명 당 1년 사망자 수를 계산한 연구 논문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큰 위해요인은 기아(饑餓)로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1460명이고, 그 다음이 흡연(365명)과 암(250명)입니다. 그러나 디젤매연(2.4명), 포름알데히드(0.8명), 다이옥신(0.3명), 전자파(0.004명), 식품첨가물(0.0002명), 인간광우병(0.000001명) 등의 사망자는 극히 적습니다. 사망 위험이 1200배 이상 큰 담배를 피우면서 다이옥신을 걱정한다면 합리적인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커피(0.2명)부터 끊어야 당연하지 않을까요?

우지라면 파동부터 최근의 일본 방사선 쇼크까지 문제를 확산시키고 불안을 조장시킨 장본인이 언론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물론 생명과 건강 위해 요소에 대한 행정규제와 사회적 감시는 엄격해야 하겠지만 선동가의 비과학에 매몰돼 사회를 파괴적 방향으로 몰아가게 해서는 안됩니다. 언론도 사회단체도 국민도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고 과학적으로 건강과 생명 문제를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임호준 헬스조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