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과 유사한 질병
식욕 과다해지면 '우울증', 느닷없이 잠 오면 '기면증'…
새학기마다 발생 '수면박탈', '수면무호흡증'도 의심해봐야

은행원 김모(34·서울 송파구)씨는 두달 전부터 대낮에 시도때도 없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지만 단순한 춘곤증으로 여겼다. 그러던 중 최근 차를 몰다가 조는 바람에 가벼운 교통사고를 냈다.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졸음이 오는 것은 병"이라는 말을 들은 김씨는 병원을 찾아갔다가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낮에 조는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졸음을 유발하는 병은 발병 원인을 잘 모르고 춘곤증이라고 무시하거나, 치료법을 오해해 소홀히 넘기는 경우가 많다.

수면무호흡증: 일단 걸리면 살 뺀다고 낫지 않아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자는 동안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뇌는 깊은 수면에서 저절로 깨어나 '수면 중 각성' 상태가 된다. 신체는 잠을 자지만 뇌는 깨어 있는 것. 하지만 본인은 푹 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원인이 수면무호흡증이라고 알아채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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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원인 질병이 있어서 낮에 졸음이 쏟아져도 단순한 춘곤증으로 생각하고 소홀히 넘기는 경우가 많다.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의 졸음이 계속되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질환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이 병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잠잘 때 공기를 불어 넣어 주는 양압기, 양악수술, 구강내 장치 등으로 치료한다. 수면무호흡증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이다. 뚱뚱하면 잠잘 때 기도가 압박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성완 교수는 "흔히 살을 빼면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오해하고 치료받지 않지만 일단 수면무호흡증에 걸리면 살을 빼도 병은 완치되지 않는다"며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형적 우울증: 밤에 잘 자고 식욕 과다해져

봄철에 신체적인 이유 없이 잠이 많아지고 식욕이 없어지면 춘곤증이다. 하지만 식욕까지 좋아지면 '비정형적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식욕을 잃고 불면증을 겪지만, 우울증의 35%를 차지하는 비정형적 우울증 환자는 식욕이 늘고 불면증이 없으며 낮에도 잠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주로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비정형적 우울증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를 4~9개월 복용하면 대부분 우울증이 치료되면서 주간 졸림증도 사라진다. 치료 도중 낮에 졸린 증상을 일시적으로 없애려면 각성제를 추가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한다.

기면증: 30~40대에 생기면 평생 계속돼

기면증은 말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 혹은 운전을 하는 등의 특정 행동을 하다가 느닷없이 잠이 오는 증상이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10대 후반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40~50대가 되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70% 정도이고, 30~40대에 증상이 나타나 평생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30% 정도"라며 "30~40대에 증상이 처음 나타나면 스트레스나 과로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면증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잠이 온다. 매일 일정한 시각에 잠깐씩 낮잠을 자면 증상이 다소 완화된다.

수면박탈: 학교에서 졸면서 짜증 늘어

초등학생 자녀가 봄에 짜증이 늘고 학교에서 수업에 관심을 잃고 졸면 흔히 적응장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방학 때 수면습관이 남아서 생긴 수면박탈이다. 주말에 푹 자게 한 뒤 졸음과 짜증이 사라지면 수면박탈이고, 푹 잔 뒤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적응장애 가능성이 있다. 수면박탈인 경우, 일단 일찍 자게 해서 수면 시간을 충분히 늘려 준다. 졸거나 짜증을 내는 증상이 사라지면 취침 시각을 전날 밤과 30분 이상 차이나지 않게 조금씩 늦춰가면서 적정한 수면 시간을 찾는다. 성빈센트병원 정신과 홍승철 교수는 "주말이라고 늦잠을 자면 수면리듬이 깨져 다시 수면박탈 증상이 나타나므로 주말에도 수면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