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교복에 서식하는 세균이 변기보다 80배 이상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팀은 섬유제품 세가지(교복·발매트·베개), 준섬유제품 네가지(어린이 인형·유모차·유치원 가방·신발 깔창), 비섬유제품 두가지(휴대폰·변기)에 번식하고 있는 세균의 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교복이나 발매트 등 섬유제품에 번식한 세균이 변기·휴대폰 등 비섬유제품보다 많았다.
섬유제품에서는 520CFU/㎠(세균의 수를 측정하는 단위)의 세균이 나와 준섬유제품(170), 비섬유제품 (5.4)보다 월등히 많았다. 교복(755.4)에서 가장 많은 수의 세균이 검출됐는데, 이는 변기(9.2)보다 약 82배 많은 수준이다. 천종식 교수는 "섬유제품은 피부에 묻어 있는 세균과 땀을 흡수하기 때문에 비섬유제품보다 세균이 많이 번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세균 중에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적지 않았다. 신발, 변기, 교복, 베개 등에서는 혈액 속에서 세균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서 이동하는 증상인 균혈증을 일으키는 '스태필로코커스 와르네리' 균이 나왔다. 휴대폰, 유모차, 가방 등에서는 여드름을 유발하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니'균이 검출됐다.
특히 어린이 인형에서는 고열과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동반한 노카르디아증을 유발하는 '노카르디아 노바' 등 7종의 기회 감염성 세균이 나왔고, 유모차와 가방에서는 패혈증을 유발하는 '스트렙토코커스 수도뉴모니아' 등 4종의 기회 감염성 세균이 검출됐다. 천 교수는 "기회 감염성 세균은 노약자나 유아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을 말한다"며 "섬유제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균에 취약하기 때문에 청결 상태를 각별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