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직장인 김 모씨는 타이레놀 등의 주성분인 진통제를 먹었다가 심한 복통이나 가려움 등을 겪어 병원을 내원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약 부작용인지 몰랐으나 약을 끊으니 가려움이나 복통이 사라져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게됐다"며 "이후로는 심각하게 아픈 경우가 아니라면 진통제 복용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 펜잘, 게보린 등의 주성분으로 해열 효과가 뛰어나 발열이나 통증, 두통, 치통 등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안전성서한을 배포하고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전문의약품에 대해 1회 투여단위당 최대용량을 325mg으로 제한했다. 美FDA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가 심각한 간손상을 일으키거나 호흡곤란, 가려움, 발진 등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이에 대한 경고를 제품설명서에 표시하도록 했다.
식약청의 안전성서한 배포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량을 제한할 뿐, 이미 일반의약품에 다량 함유돼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에 대한 함유량 제한은 선언하지 않았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진통제의 경우 식약청에서 권고하고 있는 기준 325mg을 초과한 500mg~650mg도 유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의약품에도 포함돼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에 대한 보고를 집계한 결과 우리가 흔히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낙연 의원(민주당)의 '아세트아미노펜 자발적 부작용 보고 내역서' 자료에 따르면 타이레놀 등 일반의약품에 함유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복용한 이후 발생한 부작용 건수는 총 2206건으로 경미한 부작용에서 심각한 부작용까지 보고됐다.해당 자료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계된 일반의약품에 함유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에 한한 자발적 부작용 보고 내역으로 일상 진료 상황에서 자발적 부작용 보고로 수집된 것이다.
이는 일반의약품에 함유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와 관련돼 '의심되는' 부작용만을 집계한 결과다. 연평균 14만개를 판매하고 점유율 1위에 차지하고 있는 한국얀센 '타이레놀이알서방정(아세트아미노펜 650mg)'의 경우 두드러기부터 심한복통, 위창자자극, 망막출혈, 호흡곤란, 아나필락서스, 백혈구감소증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실제 타이레놀서방정을 복용한 A환자는 타이레놀 복용 이후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를 호소했고 B환자는 망막출혈이나 오한을 경험해 병원에 내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특이한 부작용 보고가 이뤄진 환자는 아나필락서스, 얼굴부종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아나필락서스의 증상은 급성 두드러기, 호흡곤란, 쇼크 등을 동반하는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이 대표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더욱이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간혹 쇼크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다.
지난 7월 코오롱제약 '트라몰서방정650mg' 복용한 환자에게서 저혈압 및 의식저하가 동반되는 쇼크가 발생하기도 했고 올해 1월 같은 약을 복용한 환자가 어지러움, 구토,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다 병원에 내원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처럼 국내 일반의약품에 대한 부작용 보고가 이뤄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때문에 그동안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던 이들도 식약청 권고사항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강아라 사무국장은 "美FDA나 한국 식약청 권고 기준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며 "처방약을 규제해 봤자 일반약에 이미 함유돼 있는 제제에 대한 제한조치가 없다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해당 의약품을 유통하고 있는 한국얀센 등 제약사들은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해당 의약품은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며 "법을 어기거나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아세트아미노펜서방정은 6정을 초과 복용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감독하고 있는 식약청 또한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해당 부작용은 자발적 부작용에 대한 보고일 뿐 인과관계에 대한 규명 없이 함유량을 제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