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요, 그건! 그러다가 잘못되면 난 어떻게 살라고 그래요?"(SBS 드라마 '여자를 몰라' 중)
얼마 전 종영한 한 드라마의 대사다. 이 드라마에서는 30대 기혼녀 민정(김지호 분)이 임신 중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출산 문제로 남편과 갈등을 겪는 장면이 방송됐다. 자궁경부암 환자는 출산을 포기해야 할까?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해답을 구해보니 "임신 중에 하는 정밀진단 목적의 조직검사는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서 출산 후까지 치료를 미루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자주 등장하는 여성질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최근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 속 여성질환의 진실을 알아보자.

30%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많은 주부들의 심금을 울린 KBS 드라마 '결혼해주세요'에서도 주인공 순옥(고두심 분)이 자궁경부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평소 잦은 기침과 고열에 시달리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모습이 주요 증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와 달리 자궁경부암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다. 생리 이외의 출혈이나 통증 등 증상이 느껴질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자궁경부암은 유방암에 이어 우리나라 여성암 사망률 2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인두유종 바이러스(HPV)의 지속적인 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HPV 감염은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번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전파 경로는 성관계를 통해서다. 한번 감염됐다고 모두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완치된다. 다만 HPV16형이나 HPV18형은 반복적으로 감염되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HP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이 나와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백신을 맞는 최적연령은 15-17세이며, 9-26세 여성 및 9-15세 남아를 접종대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30-40대 여성이나 과거에 전암병변 치료를 받았던 경우에도 접종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으므로 1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6개월 이상 월경 없다면 혹시 나도 조기폐경?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는 여성 최초로 회사 임원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 한송이(하유미 분)가 48세의 나이에 조기폐경 진단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극중 의사는 한송이의 조기폐경 이유에 대해 "요즘은 스트레스나 환경호르몬 때문에 폐경이 조금 일찍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의학적으로 조기폐경은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한송이의 경우 엄밀히 말하자면 “조기폐경”이 아니라 다소 이른 나이에 폐경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로 보통 50세 전후에 폐경이 온다고 할 수 있다. 월경주기가 25일 이하로 계속 줄어들거나 6개월 이상 월경이 없는 경우 조기폐경을 의심해야 한다. 조기폐경의 주요 원인은 터너증후군과 같은 유전적인 요인, 자가면역질환, 수술이나 독성 물질에 의한 난소 파괴 등 때문이다.
조기폐경은 환자의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우울증 등 신경 증상을 동반한다. 조기폐경 확진을 위해서는 골반검사와 혈액검사를 하고, FSH(난포자극호르몬)수치로 확인한다. 치료는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호르몬요법을 이용한다.
△ 35세 이상 고령임신, 산전관리가 최선
KBS 드라마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는 극중 53세의 중년 여성 차연실(나영희 분)이 임신 중인 며느리와 함께 병원에 갔다가 본인도 임신 진단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의사는 "우리 병원 개원 이래 최고령 임산부시다"는 말로 축하를 건넸다. 실제로 53세에 임신을 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게 나타나고는 있으나 흔하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통계청 2009년 출생통계 결과에 의하면 30~44세 고령 산모의 출산율이 58.7%로 전체 출산율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44세 산모의 비중도 전년도 1.4%에서 1.6%로 0.2%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출산연령도 31세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세계보건기구와 국제산부인과학회는 초산 여부를 불문하고 35세가 넘어 임신하는 여성을 ‘고령 임산부’라고 정의한다.
고령임신의 경우 임신에 의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의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생식 능력이 감소하고 유산율이 증가하여 임신에 성공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 외 산모 연령의 증가와 관련하여 만성 고혈압, 임신 중독증, 자궁 근종, 조기 진통과 조산, 임신성 당뇨, 저 체중아, 조기 태반 박리, 태아 위치 이상, 유도 분만과 제왕 절개율도 증가할 수 있어 고령 산모는 철저한 산전관리를 해야만 한다.
분만의 경우 나이가 듦에 따라 골반 관절의 유연성과 골격근의 질량이 감소하게 되어 자연 분만이 힘들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적응증이 없는 경우에는 자연분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연이은 생리불순, 검진 미루다 자궁근종으로 발전
SBS 드라마 '산부인과'에서 극중 민정(박보드레 분)은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다 22개의 근종을 키워 자궁근종 때문에 자궁을 들어내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미혼여성들이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하는 항목은 생리불순, 질염,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등이다. 이중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발생되는 종양 가운데 가장 흔한 것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나타난다.
가임기 여성의 약 25~30%에서 발생하지만, 연령에 상관없이 발견된다. 이렇다 할 증상이 없긴 하지만 월경통이 심해지거나 생리량이 늘어나며, 하복통이나 질출혈이 생기는 경우, 복부에서 자궁근종이 만져지거나 주위 장기를 압박해 빈뇨나 변비 등의 증상이 있다면 빨리 산부인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30대 이후는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좋고, 60대 이후에는 연 2회 이상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내진, 초음파검사 등을 통하여 가능하며, 수술을 통하여 조직검사를 시행해야만 확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