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병원을 찾은 한 남성 환자 A씨(33세)는 결혼생활 2년 동안 실질적인 성관계를 거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혼 전 성 경험이 전혀 없던 이 남성은 신혼 초 극심한 조루증임을 알게 되었다. 성교 시 삽입을 시도하기도 전 사정을 해 성관계가 일찍 끝나버리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부인이 실망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자신감을 잃은 A씨는 피곤, 야근 등의 핑계를 대며 잠자리를 피하고 문제를 뒤로 미루었다. 그러는 동안 부인은 주위 친구들과 친정 언니 등 비전문가의 조언에 의지하며 지냈다.
결국 A씨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자 남성 클리닉을 찾았고, 조루 수술을 받아 감각이 둔해지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오랜 자신감 상실과 실패에 대한 불안감에 의해 조루가 나아지지 않아 만족스러운 성관계에 실패했다. 게다가 심인성 발기부전까지 발생하게 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수술로 둔해졌던 감각마저도 다시 예민하게 돌아왔다. 이렇게 치료에 대한 큰 기대를 접은 A씨지만, 마지막 시도라는 마음으로 수술이나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 전문인 필자의 병원을 방문했다.
A씨의 자세한 병력과 음경 감각검사, 기초 발기검사 결과, 이 환자의 상태는 성기 감각신경이 예민한 말초성 조루와 자신감 상실에 의한 심인성(중추성) 조루의 혼합형 조루증 상태이며, 육체적 이상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큰 것으로 진단됐다.
치료에 앞서 부인과도 어렵게 상담을 할 수 있었다. 대개 조루증 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의 배우자는 헛된 기대를 했다가 실패하면 갖게 될 낙담을 두려워 해 치료 자체에 크게 흥미를 보이지 않으며 냉담한 경우가 많다. 또한 배우자와 심리적 갈등을 가진 경우도 많아 협조를 얻어내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A씨의 아내와 상담하면서 결혼 전 사랑한 시간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동안 참아왔던 시간에 대해 공감해주며 그 고통에 대한 하소연을 듣고 격려한 끝에 그녀로부터 남편의 치료를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실을 약속받았다. 사실 필자는 이러한 경우 질병의 치료보다 배우자 설득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환자의 재발된 조루는 재수술을 해 둔해진 감각에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었다. 먹는 발기부전 약이나 조루 약에 모두 부작용이 심해 두통과 구토를 호소했기 때문에 음경에 직접 주사하는 발기유도제를 사용, 사정 후에도 한 시간 가량 발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조절해 주었다. 또한 부인과 함께 성비디오를 보면서 마음의 준비와 행위에 대한 예습을 하도록 도왔다. 그 후 환자에게 극심한 불안감 때문에 미리 사정할 수 있으므로 중간에 사정하더라도 약에 의해 발기는 유지될 것이니 침착하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진행하도록 조언했다.
치료 후 A씨는 삽입 전 사정이 다시 일어났지만 발기가 유지된 덕에 무사히 성관계를 끝냈다고 전했다. 이 부부는 그 이후 몇 차례 상담과 성공적인 성행위를 통해 자신감을 찾은 A씨는 이제 약물 치료의 도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몇 달 뒤 임신한 부인을 만나 필자 또한 행복했다.
치료과정이 어려운 환자일수록 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 또한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을 재건한다는 생각에 기쁘고 가슴 벅차다.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환자와 배우자가 끝까지 의지를 보인다면 결국 ‘최선을 다한’ 결과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