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책 <오늘은 어떤 와인을 마실까(청림출판)>에서는 ‘레드 와인 두통’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퀸샬럿병원 부속 버나드 바론 메모리얼 연구소에서는 편두통을 자주 앓는 11명에게 레드 와인과 묽게 희석시킨 보드카를 구분할 수 없도록 불투명한 병에 담은 뒤, 둘 중 하나를 마시게 했다. 그 결과 11명 중 9명은 레드 와인을 마신 뒤 편두통을 일으켰지만, 보드카를 마신 뒤에는 가볍게라도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실험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알코올이 아닌 레드 와인의 어떤 성분이 두통을 유발한다고 추측했다.
지난 2002년 하버드 의대에서 발행되는 하버드 헬스레터에서는 이 레드 와인 두통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원인으로 의심되는 몇 가지 성분들을 지목한 적이 있다.
첫째, 아황산염이다. 실제로 20년 전, 미국 FDA에서는 인구의 1% 정도가 아황산염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므로 와인 라벨에 아황산염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뒤로 미국산 와인에는 ‘아황산염 포함(contained sulfites)’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러나 아황산염은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에 더 풍부하게 들어있지만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두통에 시달렸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 아황산염은 빵이나 치즈 같은 발효 식품, 말린 과일 등에도 풍부하지만 이와 같은 음식 때문에 두통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문 것으로 보아 이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둘째, 레드 와인에 함유된 타닌도 두통을 유발한다는 가설도 있다. 와인의 떫은 맛을 내게 하는 성분인 타닌은 포도 껍질과 씨에 주로 들어있으며 와인의 숙성을 돕는 방부제 같은 역할을 한다. 타닌이 많이 든 와인일수록 마셨을 때 입술이 오므라드는 특징이 있다.
레드 와인에 함유된 타닌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켜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닌은 와인 외에도 홍차, 콩, 다크 초콜릿 같은 음식에도 풍부하지만 홍차나 콩 등이 두통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셋째, 레드 와인에 상대적으로 많이 함유된 ‘히스타민’을 지목하기도 한다. 히스타민은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에 20~200배 정도 많이 함유돼 있는 물질로, 체내에서 히스타민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두통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주민경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와인이 증류주가 아니고 발효주다 보니 여러 가지 혼합물이 들어가는데, 이들 혼합물들은 모두 두통에 관여하는 성분들”이라며 “이에 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Tip. 레드 와인 두통이 생겼을 때 대처요령
- 알레르기는 ‘회피 요법’이 최선이다. 레드 와인을 마실 때마다 두통에 시달린다면 마시지 않거나 양을 줄이도록 한다. 만일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은 레드 와인을 발견하면 잘 기억해 둔다.
- 두통이 심할 경우엔 와인을 마시기 전 항히스타민제인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 성분의 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 레드 와인을 마실 때마다 두통에 시달린다면 와인을 마시기 전과 마시는 도중에 홍차를 자주 마시면 도움이 된다. 홍차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퀘르세틴 같은 식물성 항산화제 성분이 히스타민으로 인해 유발되는 두통이나 발적 등을 억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