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조절 잘 못해… 조부모가 돌볼 경우 더 심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어린이는 일반 아동보다 뚱뚱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운 원광대산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광명시 초등학교 2곳의 4학년생 427명을 대상으로 ADHD와 비만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ADHD로 분류된 어린이의 비만율은 45%로 정상 그룹의 비만율(17.2%)보다 2.6배 높았다. 연구팀은 한국소아청소년 성장도표를 이용해 같은 나이 아동 중 체질량지수(BMI) 상위 15% 이내에 드는 경우 비만 아동으로 분류했다. ADHD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ADHD 진단 설문조사(ACRC)를 실시해 가려냈다.◆ADHD 아동, 도파민 부족으로 폭식 조절 못해
이정운 교수는 ADHD 어린이 중 비만이 많은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ADHD 어린이는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폭식 등 비정상적인 식사 습관으로 이어진다. 둘째, ADHD는 도파민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경우 발생할 수 있는데, 도파민이 부족하면 식사를 충분히 해도 뇌의 보상 중추가 식사량이 불충분하다고 느껴서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이미 뚱뚱한 ADHD 어린이들은 식사 조절과 운동 등 살을 빼기 위한 행동 요법을 제대로 따르지 못해 살이 계속 찌는 경향이 있다.

◆조부모가 키우는 ADHD 아동 특히 비만 많아
이번 조사결과 ADHD 어린이의 소아우울점수(CDI)는 17점으로 정상 어린이(12.9점)보다 높았는데, 이 역시 소아 비만과 관련이 있다. 소아우울점수는 기분 상태를 27개 문항을 통해 평가하는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54점 만점) 우울한 정도가 심하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ADHD 어린이는 정서적으로는 우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며 "우울 증상이 있는 아동은 식탐이 강해져서 살이 잘 찐다"고 말했다.
한편 ADHD 어린이는 낮 시간에 부모 대신 조부모가 돌보는 사례가 많았다. 박경희 교수는 "영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를 너무 잘 먹이려고 하거나 반대로 영양 균형을 잘 못 맞춰서 아이가 살이 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