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키 정상인가? 대한민국 키 키우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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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모(40·경기 고양시)씨는 아들의 작은 키 때문에 쓴 돈이 유치원 때부터 1000만원이 넘는다. 이씨 자신(173㎝)과 아내(162㎝)의 키는 평균 수준인데, 아들은 124㎝로 또래 평균보다 10㎝가 작다. 이씨는 "수백만원어치 한약을 지어 먹이고 운동 클리닉에도 보냈지만 효과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혀야 되나 싶어 최근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에 아들을 데려갔지만, 의사는 간단한 엑스레이 검사 후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살 이상 어려 천천히 자랄 뿐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키가 작은 아동의 부모들은 방학 동안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워주려고 온갖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비용을 쓰고 치료해줘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키가 비정상적으로 작은지, 치료하면 더 자랄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의학적인 검사부터 받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검사받아야 하나=100명을 키가 작은 순서대로 세웠을 때 1번부터 20번 정도까지는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은 1~2번째 아동인데, 이들은 반드시 병원에 가서 원인 질환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문제는 3~20번째 아동이다. 김호성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3~20번째 아동의 부모들은 자녀가 질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에 데려오기보다 한방, 영양제, 운동센터, 운동기구 등 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곳에 시간과 돈을 쓴다"며 "질병이 없어도 소아청소년과에 데려오면 손목 관절을 엑스레이로 한 번 촬영하는 간단한 성장판 검사와 혈액검사로 키가 작은 원인과 예상 최종 키, 몇 살때 부쩍 자랄지 등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은 주로 대학병원급에 있다. 엑스레이는 1만원 이내이며, 혈액검사는 3~4만원 정도 내야 한다. 결국 5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피 한 번 뽑고 엑스레이 한 장 찍으면 자녀의 키에 대한 의학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도, 많은 부모가 이런 검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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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동이 치료 받나=3~20번째 아동 중 1년 동안 키가 4㎝ 이상 자라지 않거나, 키가 평균보다 10㎝ 이상 작은 어린이는 치료받아야 한다.

유은경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년 동안 4㎝가 자라지 않거나 평균 키보다 10㎝ 이상 작은 어린이는 성장판 검사와 호르몬 검사 등으로 원인을 찾아내서 치료받아야 한다"며 "키가 좀 작아도 1년에 4㎝ 이상 자라는 아동은 일단 부모가 집에서 편식을 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1~2번째 아동도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100명 중 1~2번째 아동도 90% 정도는 의학적인 문제가 없다"며 "80% 정도는 집안 내력으로 키가 작은 작은 아동이고, 10% 정도는 실제 나이보다 뼈 연령이 2~3세쯤 어려서 늦게 자랄 뿐 성인이 되면 정상 키를 가질 아동"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10% 정도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심장질환, 성장호르몬 분비장애 등의 질병을 갖고 있다.

생활요법 치료 받는 경우=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인 아동은 약물 치료를 하지 않는다. 의료진은 이런 아동의 경우 영양불균형, 운동부족, 늦게까지 깨어 있는 수면 패턴, 스트레스 등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을 해소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뼈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살코기 고등어 콩 두부 등)과 칼슘(우유 멸치)을 매 끼니마다 먹이고, 성장호르몬이 분비가 왕성해지기 시작하는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9~10시간 자게 한다. 전체적인 건강 유지를 위해 줄넘기 조깅 농구 등의 운동을 성장판이 있는 연골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강도로 매일 30분~1시간 시킨다. 유은경 교수는 "병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되며, 석달마다 키를 재서 1㎝ 이상씩 크는지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아동=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거나, 2.5㎏ 미만으로 태어난 아동 중 자라면서 키가 계속 작은 경우 등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는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계속 맞을 수 있으며, 키는 매년 5~10㎝씩 자란다. 부모가 매일 밤 주사를 놓아줘야 하며, 키가 크는 효과는 반드시 나타난다. 치료 비용은 1년에 1000만원선을 예상해야 한다.

한편,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정상적인 아동도 키가 작아 놀림받는 등 스트레스를 느끼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1~2년 정도 받을 수는 있다. 역시 부모가 매일 주사를 놓아 주어야 한다. 치료받는 아동의 60~70%는 1년에 2㎝ 정도 더 자란다. 김호성 교수는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아동과 달리 전체의 30~40%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