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vs 양식
한식 먹으면 양식보다 배고픔 덜 느껴… 인슐린 농도·혈당수치도 한식이 양식보다 낮게 유지
한식을 먹으면 양식을 먹었을 때보다 당뇨병 위험이 줄고 다이어트 효과도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효과는 한식을 통해 섭취한 열량이 양식의 열량보다 많은 경우에도 나타났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과 이안카터슨 호주 시드니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체질량지수(BMI)가 25~40으로 비만 상태인 25~65세 시드니 주민 7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3개월간 매일 세 끼 중 두 끼는 밥 국 김치가 포함된 한식 도시락을 먹게 하고, 다른 쪽은 스파게티 햄버거 등 양식을 먹게 했다. 실험을 시작할 때 두 그룹 모두 하루 섭취 칼로리를 1800㎉로 동일하게 제한했으나, 12주 후 한식 그룹은 1800㎉를 그대로 유지했고 양식 그룹은 1300㎉로 칼로리를 덜 섭취했다.
◆한식 먹으면 복부지방 더 많이 빠져
우선, 한식을 먹은 그룹은 12주 뒤 양식 그룹보다 허리둘레와 복부지방이 더 많이 줄었다. 한식 그룹과 양식 그룹 모두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했기 때문에 체중은 평균 5.2㎏씩 동일하게 줄었다. 하지만 한식 그룹은 하루 1800㎉를 섭취했는데도 허리둘레(5.7㎝)가 1300㎉를 섭취한 양식군(3.1㎝)보다 2.6㎝ 더 줄었다.
복부 체지방 감소율도 한식 4.1%, 양식 3.8%로 한식 쪽이 더 높았다. 강재헌 교수는 "쌀은 지방 축적이 덜 되는 복합 탄수화물이고 양식에 쓰는 밀가루는 단순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허리둘레와 복부지방률 감소에 차이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식 도시락은 김치와 나물 등이 반찬으로 따라나오기 때문에 장에서 지방 흡수를 막아주는 식이섬유가 양식 단품 요리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며 "한식으로 식사하면 양식보다 식이섬유를 많이 먹게 돼서 복부 지방이 더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식 먹을 때보다 당 대사 기능 좋아져
이러한 한식의 장점은 만성질환 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증명됐다. 한식을 먹은 그룹은 12주 뒤 양식 그룹보다 공복 혈당과 인슐린 농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한식 그룹의 공복 혈당은 12주 후 5.1㎎/dL가 감소한 반면 양식 그룹은 오히려 0.5㎎/dL가 증가했다. 혈중 인슐린 농도 역시 한식을 한 사람은 5㎎/dL 내려갔지만 양식을 먹은 사람은 1.3㎎/dL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공복 상태에서 혈당과 인슐린 농도가 낮은 것은 인체의 당 대사가 원활하다는 의미이다. 두 농도가 낮을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적고, 이미 당뇨가 있는 사람은 혈당 관리가 잘 된다.
인슐린 저항성을 나타내는 지표(HOMA-IR) 역시 한식 그룹은 2에서 1.1로 0.9 줄었지만 양식 그룹은 1.8에서 1.6으로 0.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당뇨병 위험이 크다. 강 교수는 "한식 그룹의 당 대사 기능이 양식 그룹보다 좋은 것은 한식 그룹의 복부 지방이 더 많이 감소됨에 따라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식을 하면 고지혈증 중성지방 등 만성질환의 뿌리가 되는 다른 요인들도 양식을 먹을 때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식욕 억제 효과도 한식이 우수
한식·양식 그룹 모두 12주 동안 하루 섭취 열량을 제한했기 때문에 배고픔을 느꼈다. 그러나 배고픔을 느끼면 분비되는 식욕자극 호르몬인 그렐린의 혈중 농도를 분석한 결과, 한식을 먹은 쪽이 배고픔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 그룹의 그렐린 혈중 농도는 실험 기간 동안 74.9㎎/mL 늘어, 양식 그룹의 증가량(145㎎/mL)의 절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혈중 그렐린 농도가 낮으면 배고픔을 덜 느껴 음식을 덜 찾게 된다. 강 교수는 "한식은 김치 나물 등 식이섬유가 많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는 데다가, 복합 탄수화물(쌀)은 단순 탄수화물(밀가루)보다 위장에서 소화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포만감이 오래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