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달콤한 맛 때문일까? 최근 사람들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처럼 입에 넣으면 끈적하게 녹는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모넬 화학센터 연구팀은 사람 침에 있는 아밀라아제(녹말을 당으로 분해시키는 효소)가 여러 가지 맛의 조화나 감촉을 느끼고 음식에 대한 선호도, 즉 어떤 맛이 좋고 나쁜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성인 73명에게 아무 맛이 없는 반투명한 젤리 약간을 입에 넣게 한 뒤 약 60초 동안 지켜봤다.
그 결과, 음식을 먹을 때 아밀라아제가 생성되는 양이 개인마다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각각 생산해내는 아밀라아제 양에 따라서 젤리를 녹이는 속도가 달랐다.
연구팀은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음식의 부드럽거나 끈적한 느낌, 묽은 느낌 등을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며 이로 인해 음식의 기호, 선호가 달라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실제로 입에 효소가 많은 사람이 탄수화물, 전분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더 빠르게 액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녹말이나 전분을 포함한 푸딩, 여러 소스, 메이플 시럽 등을 먹었을 때 사람에 따라 너무 묽다고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충분히 녹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녹말, 전분은 주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 녹말을 얼마나 잘 소화시키느냐에 따라 음식의 느낌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진다.
연구에 참가한 브레슬린(Breslin) 교수는 “사람마다 다른 브랜드의 아이스크림, 요거트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아이스크림, 요거트는 회사마다 점도가 다르고 내가 어떤 제품의 맛과 느낌을 좋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의 선호는 전분을 빠르게 녹이는 능력의 차이뿐만 아니라 혀의 미뢰, 입과 코의 맛을 인식하는 감각기의 반응, 그리고 인식한 내용을 뇌에 보내는 작용까지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를 이끈 릭 매츠(Rick Matts) 퍼듀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숙한 음식, 먹어본 음식만 찾는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음으로 인해 그 음식을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끌미끌한 느낌 때문에 굴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몇 번 반복적으로 먹고 나면 굴을 오히려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그러한 것이다.
나이 들면서 입맛이 변하게 되는 것 또한 아밀라아제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은 토마토의 속처럼 미끌미끌한 느낌 때문에 몇몇 과일을 싫어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침의 흐름 속도가 느려지고, 아밀라아제 등 효소의 양이 줄어들어 음식을 액화시키는 시간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미끌미끌하다’는 느낌을 덜 느끼게 된다.
또 사람들은 타고난 유전자에 의해 음식의 다양한 감촉이나 지방, 쓴맛, 단맛 등을 느끼는 능력이 서로 다르다. 이에 대해 발레리 더피(Valerie Duffy) 코네티컷 주립대 영양사 겸 건강학과학부 교수는 “쓴 맛을 많이 느끼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맛이 쓴 케일이나 시금치와 같은 야채를 싫어하지만, 이런 유전적인 입맛 또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채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브로콜리와 아스파라거스 등에 단맛을 첨가해서 요리한 뒤 먹도록 했더니 아이들이 야채를 잘 먹었으며, 달콤한 맛이 사라지고 나서도 야채를 전보다 좋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PLoS ONE에 지난 달 출간됐고, 월스트리트 저널 온라인판에 8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