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는 서양의학에 없는 질병 물질이 있다. 담(痰)이 그것이다. '십중구담(十中九痰)'이라고 하여, 질병이 10가지이면 9가지가 담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한의학은 담을 중시한다. 담은 음식과 유해물질, 면역반응의 병리적 부산물이다. 마치 시궁창에서 썩은 이끼처럼 탁하고 부패하면서 생기는 끈적끈적한 독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담은 조직을 굳게 하는 특징이 있다. 어깨가 굳어질 때 "담이 결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혈관이 굳어져 탄력을 잃는 동맥경화와 간경화 등 다양한 질병이 담 때문이다. 그런데 담병은 혈액검사나 MRI·초음파 촬영으로 관찰할 수 없는 '현대의학의 사각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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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담한방병원 제공

담 독소의 진원지는 위와 장이다. 위와 장에서 만들어져 전신에 공급된다. 과식, 폭식, 급식, 유해 음식, 변비, 과음, 스트레스, 식품 첨가물 등이 담의 주범이다. 이들은 많은 노폐물을 만들고, 노폐물이 부패하면서 담(痰)이 된다. 담은 위와 장 점막을 뚫고 나가 외벽 조직에 축적되면서 위장을 굳게 한다. 위장이 굳어지는 현상을 담적병(痰積病)이라 부르는데, 담을 전신에 퍼뜨리는 원흉이다.

담적병은 두 가지 형태의 질병을 만든다. 첫째, 위장이 굳어지기 때문에 연동운동이 안 돼 음식이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명치끝이 답답해지고 툭하면 체한다. 위산이 역류하거나 트림이 자주 나고, 배에 가스가 차며 배변이 불쾌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위 내시경에 나타나지 않아 신경성이라고 오인되는 바람에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위장병의 실체이다.

둘째, 담 독소가 혈관과 림프를 통해 전신으로 파급되면서 전신 질환이 발생한다. 원인을 모르는 어지럼증과 두통, 건망증은 대부분 뇌로 파급된 담 독소 때문이다.

우울증 중 일부도 담적병이 원인이다. '제 2의 뇌'로 불리는 위장에서 우울증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90%가 분비되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는데, 담 독소가 세로토닌 분비에 간여한다. 제2형 당뇨병도 담이 세포막에 끼면서 인슐린 저항성과 감지 기능이 저하돼 생긴다. 자궁염·냉·자궁근종·여성 방광염, 그리고 남성의 전립선질환도 담병과 관계 있다. 담 독소가 자궁에 유입되어 세균증식과 자궁 내벽 증식을 초래하고, 방광과 전립선 평활근에 담이 껴서 조직이 비대해지고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다크 서클, 입냄새, 각종 피부 질환 등의 바탕에는 시궁창 썩은 이끼 같은 담 독소가 관여한다.

 




최서형 위담한방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