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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영화 ‘물랑루즈’ 스틸컷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일까 심장으로 하는 것일까?’ 늘 궁금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최근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스테파니 오르티규 美 시러큐스대 심리학 교수(신경학 겸임부교수) 연구팀과 스위스의 한 대학병원의 공동팀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사랑에 빠지면 코카인 등 마약을 했을 때처럼 희열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은유 등의 정서 표현과 정교한 인지 기능을 하는 뇌의 지적 영역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뇌의 12개 영역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아드레날린, 바소프레신 같은 희열감을 자아내는 화학 물질을 단 0.2초 만에 방출했으며, 사랑에 빠졌다는 감정을 인식하는 데는 50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터무니없는 말은 아닌 것이다. 

연구팀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데에 뇌와 심장이 모두 관여한다고 전한다. 오르티규 교수는 “사랑이라는 개념은 뇌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뇌로 양방향 모두 진행돼 복잡하게 형성․인식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설레임과 울렁임 등의 몇몇 징후는 심장에서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뇌에서 자극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사랑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앞으로 신경과학과 정신건강 분야에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사랑의 감정으로 자극받는 뇌 영역을 찾아냄으로써 실연의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사랑에 빠지고 실연으로 상심하는 이유를 이해함으로써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정서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의 연구결과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 신경생장인자(NGF)의 혈액 수치가 높아졌는데, 여기에 작용하는 분자들은 사회적 화학작용이나 첫눈에 반하는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부모가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낄 때와 남녀 간에 열정적인 사랑을 느낄 때 각각 뇌의 다른 영역에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전문잡지 성의학저널과 디스커버(Discover) 최신호에 출간됐고, 사이언스데일리가 2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