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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사는 직장인 강모(42)씨는 최근 갑자기 살이 빠지는 것이 이상해 병원을 찾았다가 알코올성 간염 판정을 받았다. 더위가 끝나고 회식이 잦아지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술을 마셔댔던 것이 화근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갈 준비를 하던 강씨는 계획을 아예 접어야 했다. 온 가족과 친척들이 모인 곳에서 '술 한 잔의 유혹'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이 상태로 술을 더 마시면 간경변에 간암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강씨는 연휴기간 동안 집에서 푹 쉬기로 결심했다.

가을로 접어들며 술로 인한 간 손상이 우리 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선선해진 날씨는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던 여름과 달리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찾게 만들어 간 손상을 부추긴다.

간은 알코올을 포함해 몸에 들어온 다양한 물질을 흡수→대사→저장하는 '인체 내의 화학 공장'이다.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대사물질이 간 손상의 주범이다. 술을 지나치게 자주, 많이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될 시간을 갖지 못해서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진행한다.

안영용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성 간염은 대개 하루 40~80g 이상의 알코올을 매일 10년 이상 마셨을 때에 발생하지만, 개인차가 많다"며 "더 적은 양을 마셔도 알코올성 간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더 많은 양을 섭취해도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성 지방간

간세포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초기 형태로, 증상은 거의 없으나 간혹 간이 비대해지면서 상복부 불편감, 피로감 등을 호소할 수 있다. 대부분 병원에 갔을 때 간기능 검사나 간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된 이상소견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사람은 수시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단순한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대개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대체로 알코올성 지방간은 만성적인 과다 음주자 거의 대부분(90~98%)에서 발생하고, 이 중 10~35%은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알코올성 간염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하는 상태이다. 상습적으로 과음하는 사람은 급격한 간기능 장애를 보이는 중증의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식욕감소, 구역감, 구토,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있으며 심할경우 황달, 복수 등이 생길 수 있다. 가벼운 알코올성 간염은 금주로 호전되지만 술을 계속 마시면 간염이 진행돼 간경변과 같은 진행성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중증의 알코올성 간염은 폭음 후 갑자기 생길 수 있고, 빠르게 악화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알코올성 간경변

정상 간조직이 지속적인 염증을 일으켜 딱딱한 결절이 된 상태이다. 증상은 알코올성 간염과 비슷하며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진행하면 심각한 합병증(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 뇌증 등)이 동반된다. 일단 간경변으로 딱딱해진 간조직의 손상은 되살릴 수 없지만 술을 끊으면 더 이상 진행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든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