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재활 치료

서울 응암동에 사는 이모(74)씨는 올들어 양쪽 눈에 황반변성이 생겨 책을 제대로 읽기 어려워졌다. 황반변성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망막 중심부의 황반이 많이 손상돼 시력이 떨어진 데다가,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씨는 최근 중앙대병원 저시력클리닉에서 한 달간 매주 1회 특수 렌즈를 사용한 눈 재활 훈련을 받은 뒤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자신이 보는 물체의 상(像)이 렌즈를 통해 망막 중 손상되지 않은 부분에 맺히도록 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교정시력 0.3 이하인 사람이 대상

저시력은 안경, 콘택트렌즈, 인공수정체 등으로 나빠진 시력을 보완해도 교정시력이 0.3 이하에 머무는 상태를 말한다. 이씨처럼 저시력 때문에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저시력 재활 치료를 받아서 '보는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저시력 재활은 0.1인 시력을 1.0으로 높여 주는 식의 '근본적인 안과 치료'가 아니다. 교정시력조차 0.3 이하로 낮아서 근본적인 시력 개선이 어려운 사람에게 특수 렌즈나 조명기기 등의 재활 도구를 이용해 최대한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보조적인 재활 치료'의 개념이다. 최근에는 저시력 재활을 받는 50~60대가 늘고 있다. 문남주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저시력클리닉 환자를 분석해 보니, 1995년 5월에서 1999년 4월까지 14.9%이던 50~69세 환자 비율이 1999년 5월~2008년 12월에는 30.2%로 2배 이상 늘었다.

◆'시력 개선' 아닌 '잘 보는 법' 교육

일반적인 '시력 개선'과 '눈 재활'은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시력 개선은 안경 착용이나 라식수술 등과 같은 방법으로 사물의 초점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눈 재활은 사물을 보는 습관을 바꾸거나 특수한 렌즈 등을 이용해 보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눈 재활은 크게 '보는 방법 재교육'과 '재활기구(렌즈·조명기기) 사용'으로 나눈다. 망막 중앙의 황반이 기능을 잃는 황반변성에 걸리면 사물을 볼 때 직선이 휘어지다가 나중에는 가운데 부분에 검은 막을 씌운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이런 환자에게는 눈을 치켜뜨거나 내리뜨거나 사시(斜視) 처럼 옆으로 봐서 '황반을 제외한 망막 부위'에 상이 맺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가르친다. 당뇨병성망막증 환자에게는 적절한 조명 사용법을 교육한다. 문남주 교수는 "당뇨병성망막증으로 저시력이 온 사람은 책을 읽을 때 간접 조명보다 직접 조명을 하도록 교육한다"며 "저시력 환자는 가정에서 흔히 쓰는 백색 형광등이나 파란색 조명보다 노란색 계통의 불빛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국 9개 병원에서 진료 가능

일반 재활치료에서 휠체어를 쓰듯, 눈 재활에서는 특수 렌즈를 재활기구로 사용한다. 원리는 확대, 축소, 편위(偏位) 등 3가지이다. 확대는 근거리용 망원경에서 쓰는 특수 렌즈를 이용해 물체의 상을 크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황반변성,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 환자들에게 주로 쓴다. 축소는 녹내장이 진행돼 대롱을 통해 세상을 보듯 시야가 좁아진 환자에게 특수한 오목렌즈를 사용해 사물이 더 작게 보이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상대적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해 주는 방법이다.

편위는 렌즈의 굴절 각도를 조절해 사물의 상이 프리즘을 통과하듯 꺾어져 들어와 망막 중 손상되지 않은 부분에 맺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황반변성 등에 적용한다. 박신혜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저시력클리닉에서는 보는 방법 재교육과 특수 렌즈를 함께 사용해 보는 능력을 개선시켜 준다"고 말했다.

눈 재활은 보통 4주 정도가 소요되며, 진료비와 재활기구 구입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현재 저시력클리닉은 중앙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7곳에 개설돼 있으며 저시력클리닉이 없는 일부 병원은 안과에서 진료한다<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