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거나 모호 대부분 3~4기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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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가 수술과 치료를 담당해 완치된 난소암 환우의 보호자에게서 감동적인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내가 말기 난소암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받았던 절망감과 남편으로서의 무능함에 대한 자책을 극복하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투병 생활을 잘 이겨 낸 아내에 대한 고마움, 필자를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이 물씬 느껴지는 편지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필자가 의학 수련을 받은 1970년대에는 난소암의 빈도도 낮았을 뿐더러 수술 기법도 취약했다. 당시 '멜파란(Melphalan)'이라고 하는 경구 항암제가 있었지만 치료 성적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 뒤로 난소암의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한 종양 감축 수술, 항암제 투여 기준 등의 표준 치료법이 정립됐고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1980년대에는 백금이 함유된 항암제가 개발됐으며, 1990년대에는 식물 추출물인 '탁솔'이라는 획기적인 항암제가 개발돼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치료해도 재발이 여전히 흔하다는 점, 생존율이 다른 암보다 낮다는 점(난소암의 5년 생존율의 경우 3기는 23~41%, 4기는 11%)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난소암은 국내에서 연간 1800여건이나 발생하는 암으로, 여성암 중 아홉 번째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암 중에서 서열은 낮은 편이지만 최근 발생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증상이나 예후 면에서 대표적인 '나쁜 암' 이다. 불행히도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모호할 때가 많아 진단이 늦다. 또 진단이 됐을 땐 이미 3분의 2 이상이 골반을 벗어나 복강 내 전이가 있는 3기나, 원격 전이가 있는 4기에서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난소, 자궁 등 골반 내 병소 외에 타 장기에 전이된 암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1차 수술시 부인암 전문의와 간췌담도 외과, 비뇨기과 등 다른 분야 전문의와의 긴밀한 협진 수술로 병변이 남아있지 않도록 완벽한 수술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같은 긴밀한 다학제간 협진 시스템을 통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매주 이뤄지는 유기적인 다학제 협진 회의를 통해 영상의학과, 병리과, 종양 내과, 방사선 종양학과와도 진단, 향후 추적 검사 및 치료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눠야 한다.

또 환자 및 보호자를 참여하도록 하여 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 외에도 암 환자들이 받을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암 수술 후에 흔히 발생하는 임파부종 및 암과 관련된 다양한 증상에 대해서도 신경정신과 및 완화의학과와의 협진 체계를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난소암 환자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인암 전문의 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의료진들이 다학제간 협진 체계 안에서 상호 의견 교환과 헌신적인 기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체계를 완벽하게 구축하도록 노력하여 난소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우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30여년간 부인암 환자를 담당해 온 필자의 역할과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