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태아는 언제부터 들을 수 있을까?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 한희준 헬스조선 인턴기자(서울여대 경영학과 4년)
입력 2010/09/16 09:06
‘설마 뱃속 아이가 뭘 듣겠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수정란에서 태아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귀의 외형은 다 갖추어지고, 임신 3주부터는 내이가 생겨난다. 소리를 듣는데 이용되는 기관인 달팽이관의 분화는 임신 6주 때부터 시작되어 임신 12주에 이를 때쯤 거의 완성된다. 또한 태아는 임신 20주(임신 5개월)를 전후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고 그 자극이 뇌에까지 전달되면서 ‘청력’을 갖게 된다. 즉, 엄마가 태동을 느낄 수 있을 때쯤 아이 또한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셈이다.
특히 태아는 여러 음색 중 500~2000Hz 음역의 비교적 저주파 소리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음의 엄마 목소리보다 저음의 아빠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걸고 사랑을 표현해주는 것은 더없이 좋은 태교라 할 수 있다. 저주파 음역의 클래식 음악으로 이루어진 태교음악 CD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한성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평소에 부모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그 음성이 모두 울려 태아에게 전달된다”며 “아기가 태어나서 엄마의 목소리에 안도감을 갖는 이유도 익숙한 음성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초보엄마들이 난감할 때, 진공청소기 소리를 들려주면 울음을 뚝 그친다는 속설이 있다. 뱃속에서는 모든 소리가 진공청소기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에 아기가 청소기 소리에서 안정감을 찾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소리가 배와 자궁, 물을 통해 태아의 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 변화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기에게 가장 안도감을 갖게 하는 소리는 그 어떤 것보다도 부모의 목소리다”고 말했다.
태아의 청력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엄마가 좋은 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다. 이왕이면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 중 차분하고 안정적인 음악을 듣는 것이 청력발달 뿐만 아니라 태교에도 도움이 된다. 엄마가 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변화하는 감정 상태를, 심장박동이나 호르몬 등을 통해 태아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재국 보아스 이비인후과 원장은 “아이는 성장을 하면서 시기별로 정상적으로 보여야 할 청력반응이 있다”며 “만약 적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청력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ip. 성장단계별로 어떤 소리에 반응할까?
<출생~6개월>
1. 큰소리에 깜짝 놀라거나 울음을 터트림
2. 목소리나 소음에 머리, 눈, 팔 다리를 움직임
3. 말소리가 들리면 미소를 지음
4. 음악에 반응함
5. 새로운 소리가 들리면 그곳을 알기 위해 둘러봄
<7개월~1세>
1.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리거나 올려다봄
2. “안돼!”라는 말에 반응함
3. “맘마” “엄마” “물”같은 친숙한 단어를 인지함
4. “이리 와” “빠이빠이 해야지” 같은 요구에 반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