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복부 근육 100% 전직 특수요원인 원빈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불쌍한 소녀를 구하려고 유혈 낭자극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범죄 조직은 사람을 납치해 산 채로 장기를 적출해 판다. 외과의사로 평소에 험한 꼴을 수없이 본다고 자부하는 필자에게도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았는데, 이것도 흥행 요소라는 영화평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장기 이식은 의학적·제도적으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픽션이다. 우선 의학적으로 장기 이식은 단순히 혈액형만 맞다고 해서 여기서 떼서 저기에 붙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교차 반응, 항체 검사, 조직형 검사 등 수많은 사전 검사를 세밀하게 진행해 이식받는 사람이 공여자의 장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한다. 영화에서는 사람을 납치한 뒤에 이런 검사를 전혀 하지 않고 무조건 장기를 빼낸다. 아무나 납치해서 꺼낸 장기를 마구잡이로 이식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또 영화의 범죄 조직은 불결한 지하실이나 주차장 앰뷸런스 안에서 장기를 적출하는데, 이것도 현실에서는 가능성 제로이다. 이런 장소에서 장기를 적출하면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100%이다. 따라서 이런 장기를 이식받으면 환자 자신도 온갖 질병에 감염되기 때문에 설사 이렇게 적출한 장기가 있다고 해도 아무도 이식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적출과 이식을 3차 의료기관 이상의 멸균 시설이 돼 있는 종합병원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범죄 조직이 개입한 장기를 이식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의 현재 장기 이식 체제는 2000년 이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모든 관리를 맡는다. 이 관리 체계는 장기를 신속히 이식해 줘야 하는 병원의 의료진이 때로 짜증낼 정도로 철저하게 진행된다. 기증의 순수성을 하나 하나 정밀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장기 매매 등이 의심되면 환자가 아무리 위급해도 장기 이식이 불발될 정도로 관리한다. 하물며 어느 의사가 생사람을 납치해 꺼낸 장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식해 주겠는가?
무엇보다, 영화 전체적으로 관객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따로 있다. 영화에는 장기기증 후의 시신이 방치돼 있고, 안구(眼球)가 굴러다니는 모습 등이 나온다. 이런 충격적인 모습이 잠재적인 장기 기증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