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경련·항우울제 효과
임플란트 시술의 흔한 부작용인 '신경손상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김성택 연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팀은 "임플란트를 이식한 부위의 신경이 손상돼 찌릿찌릿하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을 느끼는 환자 85명에게 항경련제와 항우울제를 쓰게 한 뒤 12주 후 통증 감소 정도를 측정했더니 평균 25.7% 줄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 신경손상이 나타나고 투약을 빨리 시작한 사람일수록 치료 효과가 좋았다. 신경이 손상된 지 3개월 내에 약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통증이 평균 37% 줄어들었다. 3~6개월 안에 약을 쓴 사람은 27.1%, 6~12개월은 22.2% 통증이 감소했으며 1년이 지나서 투약해도 17.1% 통증이 완화됐다.
치료는 우선 항경련제를 하루 3회 투약했으며, 이것만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는 1개월 뒤 항우울제를 하루 한 번씩 병용하거나 항경련제는 끊고 항우울제만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통증 완화 정도는 투약 전 통증 정도를 100점이라고 할 때 약을 쓴 뒤 자신이 느끼는 통증 정도를 점수로 표기하게 했다. 김 교수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는 신경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풍치·골다공증 심하면 신경손상 더 많아
임플란트를 심을 때 신경이 손상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지난해 국내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한 치과의사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의 37%가 "내가 시술한 환자에게 신경손상이 발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대한치과의사협회 자료). 신경이 손상되면 찌릿찌릿하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나 마취가 덜 풀린 것처럼 얼얼한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지만, 1년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신경손상은 아래 어금니에 임플란트를 하는 사람이 다른 쪽에 시술하는 사람보다 많이 경험한다"며 "아래 어금니 쪽으로 하치조신경, 설신경 등 중요한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랫니가 빠지고 시간이 오래 지났거나 풍치·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신경손상이 나타날 위험이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임플란트를 치조골에 남보다 더 깊게 박는 과정에서 신경을 건드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로 인한 신경손상은 지금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통증'의 경우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수술을 해도 절반 정도의 환자만 증상이 좋아지며, '마비'는 신경 회복수술을 해도 증상이 거의 개선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약물치료 역시 통증에만 효과를 나타냈으며 투약을 중단하면 통증이 재발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