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음식으로 우리 몸 pH농도를 조절할 수 있나?
취재 강수민 헬스조선 기자 | 사진오정훈(스튜디오100)
입력 2010/08/23 08:42
당신은 지금 산성인간인가, 알칼리성인간인가? ‘몸이 알칼리 상태를 유지해야 건강하다’는 대체의학 이론이 한동안 화제였다. 심지어 산성화 한 혈액을 새로 정화하는 시술까지 등장했다. ‘pH(수소이온 농도를 나타내는 지수)를 조절하면 건강해진다’는 솔깃한 이야기를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혈액을 검사했을 때 일반적으로 pH 7.3~7.45 정도의 약알칼리상태를 정상으로 간주한다.
pH가 0에 가까울수록 산성, 14에 가까울수록 알칼리성이다. 몸의 산성화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은 일본이나 대체의학 쪽에서 시작되었다. 산성화가 진행되면 피가 탁해지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두통·만성피로의 원인이 된다.
영양학자 로버트 영은 저서《당신의 몸은 산성 때문에 찌고 있다》에서 “전형적인 서구식 식단으로 체내에 산이 과하게 생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산성화가 진행되면 조직과 장기 세포가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몸은 지방을 만들어 세포, 조직, 장기를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pH 다이어트’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산성화 한 혈액을 걸러내 깨끗하게 정화해 준다는 혈액치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맹신하기에는 정확하게 밝혀진 데이터나 연구결과가 아직 없으며 전문가의 찬반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식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나눌 때 기준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품을 태워 남는 재를 가지고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때 재속에 염소·인·황이 많이 남으면 산성, 마그네슘·칼륨 함량이 높으면 알칼리성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맛이 나지만 알칼리성인 과일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체의학에서는 먹는 것만으로도 pH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의사들은 신체의 조절기능 때문에 ‘음식만으로 pH를 조절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항상 체온이 일정한 것처럼 신체도일정 범위 안에서 산성과 알칼리성을 오가며 pH의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알칼리 이온수는 어떨까? 알칼리수를 마시면 체내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씻어내고 산성을 중화시키므로 몸을 알칼리상태로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실제로 이온수는 칼슘·마그네슘·칼륨 같은 알칼리성 광물질이 이온 상태로 되어 있어 흡수율이 높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이온수의 위장 증상 개선 효과만을 인정하며 신부전증·칼륨배설장애 등의 신장질환이 있거나 무산증 환자는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박현아 교수는 “일반적으로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식품에 산성이 많고,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채소, 과일에 알칼리성이 많지만 그렇다고 산성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독이 된다. 알칼리성 식품과 산성식품을 골고루 먹거나, 그래도 걱정된다면 식단을 구성할 때 알칼리성 식품의 양을 좀 더 늘리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