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리오넬 메시의 성장장애… 혹시 우리아이도?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7/02 08:41
"내 이름은 리오넬 메시.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 내가 열한살 때 난 내 성장호르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 하지만 키가 작은만큼 난 더 날쌨고, 공을 절대 공중에 띄우지 않는 나만의 축구기술을 터득했어. 이제 난 알아. 때로는 나쁜 일이 아주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걸.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메시도나’, ‘메신’, ‘외계인’ 등으로 불리며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23). A스포츠브랜드의 TV광고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성장장애를 극복한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11살 때 그는 ‘성장장애’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메시가 성인이 돼도 150cm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혹시 축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워낙 어릴 때부터 많이 해서 키가 크지 못한 것은 아닐까?
서지영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메시의 성장장애는 단순히 성장판이 일찍 닫혔다는 뜻이 아니라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말한다”며 “이 같은 성장장애는 선천적일수도 있고,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이나 염증 등이 원인이 되어 후천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 드물게는 이유없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을 수 있는데, 메시는 특발성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메시와 같은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매우 드문 편이다.
사람은 성장단계별로 커야하는 키가 있다. 출생기~1세까지는 연간 18~25cm, 1~2세까지는 연간 12~13cm, 2세~사춘기까지는 연간 5~6cm씩 커야 한다. 성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같은 성일 경우 신장표준치로 봤을 때 300분위수 이하(100명중에서 3번째)이거나 ▲연간 성장 속도가 4cm이하일 때 ▲동일 성, 동일 연령에서 표준 신장보다 10cm 이하일 때 저신장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키=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풍조 때문에 요즘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만 차이가 나도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만일 자녀가 위에서 제시한 3가지 사항에 해당되면 한번쯤 성장클리닉을 찾아 정밀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임인석 중앙대용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가족력과 성장 속도 등에 대한 상세한 문진이 이뤄진 다음 손목, 팔꿈치, 어깨 등에 X-선을 촬영하여 뼈 연령을 측정하고, 마지막으로 피검사를 통해 빈혈이나 갑상선기능, 성장호르몬 수치 등을 파악하여 최종적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검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체질성 성장지연증’일 수도 있다. 저학년일 때는 반에서 맨 앞에 앉는 등 키가 작아도 고학년이 되면서 어느 순간 확 커버려 또래 아이들의 키를 따라잡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메시와 같은 성장호르몬 결핍증인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애초에 성장호르몬 요법이 메시와 같은 왜소증을 목적으로 해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메시의 경우 그의 부모가 부담할 형편이 되지 못하자, 일찌감치 그의 재능을 간파한 FC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팀에서 수년간 성장호르몬 치료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그의 키는 169~170cm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 덕분에 무려 20cm나 큰 것이다.
서지영 교수는 “만약 메시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그의 키 뿐만 아니라 비만, 근력 약화 등의 대사 문제도 동반하여 축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적인 저신장증이 아니라 가족력이 원인이라든지, 체질성 성장지연증과 같은 경우에는 성장호르몬의 효과가 50:50이다. 1년에 2~5cm정도 컸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효과가 없었다는 경우도 있다.
서지영 교수는 “성장호르몬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시작되어야하며 최소 6개월 이상 투여받아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은 매일 자기 전 피하 주사로 투여하는데, 3개월 간격으로 치료 효과와 부작용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성장호르몬 투여가 암 발생율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으나 소아성장 전문가들은 암 가족력이나 백혈병 치료 경험, 방사선 치료 경험 등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저신장증에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다고 해서 암 발생의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수요가 증가하면서 많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성장호르몬 치료가 워낙 고가라는 점. 미국에서도 키 1인치를 키우는데 약 5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만일 메시처럼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다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어 2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