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생각해 불편하면 벗으세요!
여성에게 신발은 여러 가지 의미다. 패션의 완성이며, 맵시교정의 수단이다. 안타깝게도 발을 편하게 해주는 신발의 원래 기능은 바래졌다. 이제는 신발의 제기능을 되찾을 때다. 완벽한 패션을 위해 선택한 불편한 신발이 건강에는 결코 좋지 않다. 갖가지 신발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낮은 굽도 위험하다! 플랫슈즈
스키니진에 플랫슈즈를 신는 패션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플랫슈즈가 등장했다.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디자인이 즐비하다. 안정적인 느낌의 낮은 굽과 얇은 깔창이 힐에 지친 여성의 눈을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플랫슈즈는 쿠션 층이 없어 지면에서 받는 압력이 발바닥 전체로 전달된다. 그로 인해 피로감이 쉽게 몰려오고 발목과 무릎관절에 부담을 준다.
나누리병원 정형외과 황필성 과장은“이런 현상이 지속돼 마찰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 족저근막염이 생긴다”고 했다. 발바닥(족저) 근막은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발에 탄력을 줘 우리 몸무게를 지탱해 주는 깔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근육이다. 족저근막이 딱딱해지면서 염증이 발생한다. 심해지면 염증 부위에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체외충격파 치료가 필요하다.
킬힐의 비행과 불시착
굽 10cm 이상인‘킬힐’의 등장은 떠다니는 여성들을 낳았다. 여성들은 발목이 60~90도 꺾이는 힐의 비행을 경험한다. 몇 cm 힐이 종아리를 더욱 가늘어 보이게 하는가를 고민하며 새 구두를 구입한다. 그러나 가늘고 길어 보이는 종아리에 대한 만족은 얼마 가지 못한다.
힐은 몸의 중심을 앞쪽으로 쏠리게 하고, 허리의 만곡현상을 가져온다. 몸이 앞으로 쏠리면 자연히 허리에 힘을 주고 뒤로 젖히면서 척추전만증이 유발된다. 척추전만증은 척추가 몸 앞쪽으로 과도하게 굽는 현상이다. 발 변형도 큰 문제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검지발가락쪽으로 휘는 발 변형 질환이다. 하이힐을 오래 신은 중년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높은 굽에 실린 체중이 뾰족한 구두 끝부분으로 쏠리면서 발 모양이 구두 형태로 바뀌어 간다. 이 병은 하이힐을 애용하는 여성의 40% 가량이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필성 과장은 “심하지 않을 때는 교정용 신발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변형이 30% 이상 진행되었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변형이 심하면 일반 신발을 신기가 힘들어진다. 연부조직교정술, 발가락뼈절골수술 등이 필요하다.

하이힐은 척추에 얼마나 부담이 될까?
한양대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와 조선일보‘헬즈조선’팀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김서경(37·회사원)·김혜원(24·대학생) 씨에게 굽높이가 각각 다른 네 켤레의 구두를 신긴 뒤 척추 X선 사진을 찍어 하이힐과 척추의 관계를 알아본 것이다(2009년 5월 13일자 조선일보 헬스면 참조).
김혜원 씨는 맨발 상태로 척추 X선을 찍었을 때 첫번째 요추(허리뼈) 아랫면과 첫번째 천추(엉덩이뼈) 윗면이 이루는 각도가 54.58도였다. 3cm 높이 구두를 신었을 때는 63.06도, 7cm 높이 구두를 신었을 때는 65.27도, 11cm 높이 구두를 신었을 때는 69.10도까지 커졌다. 맨발일 때와 하이힐을 신었을 때 척추뼈가 휘어진 각도는 14.52도나 차이가 났다.
김서경 씨 역시 맨발 상태에서 X선을 찍었을 때에는 57.69도였던 허리 각도가 11cm 하이힐을 신었을 때에는 63.63도로 확 커졌다. 요추와 천추가 이루는 각도는 50~60도가 정상이다. 이 각도가 60도 이상이면 척추 뼈가 병적으로 휜 요추전만증으로 진단한다. 요추전만증은 척추 추간판의 모양과 근육 길이가 달라지면서 허리가 뒤쪽으로 휜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이다. 상태가 더 심해져 요추전방전위가 되면 허리뼈가 아예 앞으로 튀어나와 수술을 요한다.
박 교수는“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서 60도 이상 휘어졌기 때문에 요추전만증으로 진단할 수는 없으나 허리에 심하게 부담이 가해진 상태인 것은 틀림없다. 허리가 심하게 휜 상태에서는 1시간만 걸어 다녀도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고, 척추를 둘러싼 주위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허리가 저리거나 아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샌들과 슬리퍼는 안전한가?
뒤가 트인 샌들은 보기에는 편해 보이지만 지렛대 역할을 하는 아킬레스건을 받쳐 주는 보호장치가 없어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발목을 삘 확률이 높다. 바닥에 쿠션이 없고 밑창이 얇아, 걸을 때 샌들 바닥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조금만 걸어도 금방 피로해진다.
황필성 과장은“샌들은 발 앞쪽 끈의 두께가 적어도 발등을 덮을 정도인 3cm 이상은 돼야 하고, 뒷부분은 2cm 두께의 끈으로 받쳐줘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발바닥이 건조한 사람은 가급적 샌들이나 슬리퍼 신는 것을 피한다. 발바닥에 상처가 나고 갈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샌들과 슬리퍼를 자주 신는다면 발을 깨끗이 씻고 오일 등 보습제를 발라 건조함을 줄인다.
발 건강을 위한 신발은 어떤 것?
지면과 몸 사이의 완충역할을 하는 발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그 영향은 온몸으로 퍼진다. 그래서 무엇보다 발 건강을 위한 신발을 골라야 한다. 자신의 발볼과 길이에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 앞쪽에 약간 여유공간이 있는 것이 좋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고른다. 하이힐은 뒷굽 3cm 정도가 적당하다. 발목이 많은 각도로 꺾이지 않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덜하다. 신발 앞쪽이 너무 좁은 것은 피한다. 플랫슈즈를 구입할 때는 바닥의 쿠션 상태를 확인한다. 딱딱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발건강에 좋다.
발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수칙
일과 중간중간에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발가락과 발목을 좌우, 전후로 움직여 준다. 하이힐을 꼭 신어야 한다면 1주일에 몇 번은 편한 신발을 신고, 회사나 차에 편한 신발을 구비해 갈아 신으며 발에 휴식을 준다. 갑자기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하며 운동을 시작한다면 서서히 단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인다. 서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1시간마다 족저근과 장딴지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한다.
조깅이나 마라톤을 할 때는 기능성 신발이 좋으며, 지나치게 딱딱하고 포장이 잘 된 곳에서 달리는 것을 삼간다.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은 신발 2개를 번갈아 신는다. 틈틈이 발목관절강화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리를 약간 벌린 상태에서 발끝이 닿도록 발목을 안으로 돌리는 발목 비틀기, 다리의 힘을 빼고 발목을 시계방향 혹은 반대방향으로 돌리는 발목 돌리기, 뒤꿈치를 들어올리고 다음에는 뒤꿈치를 댄 상태에서 발가락을 들어올리는 발목 올리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