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척추수술… 질병 감염 위험 없어
'자가 수혈' 크게 늘어… 쇼크·면역거부도 '0'

수술할 때 환자가 흘리는 피를 모아서 수혈하는 '자가 수혈'이 크게 늘고 있다.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을 때 생길 수 있는 감염 등의 문제가 없는 데다가, 헌혈량 부족으로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자가 수혈은 최근 정형외과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한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과 척추수술에 많이 쓴다. 이런 수술은 손실되는 혈액량이 500~2000mL로 많아 수혈이 필수적인 동시에 암·감염성 질환 등과 달리 환자의 혈액이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활용'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에서 시행한다.

수술 뒤 진물·발열 등 부작용 적어

자가 수혈은 '수술 중 수혈'과 '수술 후 수혈'로 나뉜다. 수술 중 수혈은 절개한 부위로 흘러나오는 혈액을 모아서 원심분리기에 돌려 깨끗하게 한 뒤 환자 몸에 재주입하는 방법이고, 수술 후 수혈은 수술이 끝난 뒤 옆구리에 차는 혈액주머니에 특수 필터를 달아서 6시간 동안 피를 받으며 오염물질 등을 걸러낸 뒤 재주입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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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자가수혈을 받고 있다. 수술 뒤 환자 체내에서 흘러나오는 혈액을 특수필터가 달린 통에 모아서 팔 혈관을 통해 수혈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자가 수혈은 간염·에이즈 등 수혈로 인한 질병 감염 위험성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외에도 좋은 점이 많다. 도상환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피를 쓰면 쇼크나 면역거부반응 등 수혈 부작용이 없고 수술 후 수술 부위에서 진물이 나거나 열이 나는 부작용도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받을 때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이환모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최근 척추유합술(척추가 흔들릴 때 뼈에 나사못을 박아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혈액을 수혈받은 환자와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은 환자를 비교한 결과 자가 수혈 환자의 수술 뒤 발열 기간은 1.4일로 일반 수혈(3.0일)의 절반에 불과했다.

권오룡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 소장은 "금속관절이나 나무못 등 '이물질'을 환자의 몸 안에 삽입하는 인공관절이나 척추수술은 다른 수술보다 감염 위험성이 커 자가 수혈이 특히 도움된다"고 말했다.

최근 건강보험 적용돼 환자 부담 경감

하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다. '수술 중 수혈'은 수술하는 동안 혈액흡입기 두 대를 추가로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수술 후 수혈'은 수술할 때 흘리는 혈액의 30~50% 정도(300~400mL)만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빈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조혈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며칠 내로 정상수치로 돌아오므로 큰 문제는 없다. 수술 중 출혈이 많으면 일반 수혈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예전에는 환자의 피를 수술하기 전에 뽑아 놓았다가 쓰는 '혈액예치'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우선 수술 전 2~3주에 걸쳐 수차례 피를 뽑아 놓아야 하는 불편이 크다. 또 혈액을 보관하는 동안 적혈구가 파괴되는 단점이 있는 데다가, 수술 중 예상보다 피를 적게 흘리면 미리 뽑아 놓은 혈액을 쓰지 않고 폐기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자가 수혈 비용은 과거 20만~30만원 정도(일반 수혈은 1만~2만원)가 들었지만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돼 3만~6만원 정도면 받을 수 있다. 도상환 교수는 "자가 수혈은 헌혈은 줄어드는데 수술받는 환자는 늘어나는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