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열기가 뜨겁습니다. 우리나라 태극전사들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서 온 국민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드컵 선전과 함께 국운이 상승하리라는 기대감은 좋지만, 엉뚱하게도 ‘베이비 붐’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월드컵 기간에 붉은악마의 티셔츠와 응원 도구들 그리고 야식거리와 함께 ‘콘돔’의 평균 판매량이 28%나 뛰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경기가 있는 날은 콘돔이 평일의 3배까지 팔린다지요?
호사가들은 이런 현상으로 미루어 지난 2002 서울월드컵에서처럼 다시 ‘제2의 월드컵 베이비 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당국도 이런 현상이 은근히 저출산극복에 다소나마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출산 대책과 관련된 정부관계자들까지 섣불리 그러한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난 2002년 6월 한ㆍ일 월드컵을 치르고 이듬해 봄 신생아 출산이 10% 정도 늘어나면서 줄곧 하락세이던 합계 출산율은 2002년 1.17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반짝 상승했었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그런 현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는데,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임신은 철저한 플랜을 가지고, 즉 확실한 ‘베이비 플랜’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흥적인 임신은 여러 가지 합병증의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유산이나 조산을 많이 가져옵니다. 왜냐하면 임신 전에 부부가 각각 건강한 몸만들기가 채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모두 수정에 부적절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지 않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건강한 수정란이 될리 없는 것입니다.
둘째, 준비하지 않은, 즉 계획없이 가지는 임신은 기형아를 가질 확률을 높입니다. 이것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임신 전부터 부부의 영양이 상당히 중요한데 부부의 몸이 임신에 적합한 적절한 영양공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태아의 신경관결손 등 여러 가지 기형의 빈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엽산 등의 영양제를 복용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엽산 등의 영양제는 사실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에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성들이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셋째. 남성의 정자는 수정되기 90일 전에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정자는 고환에서 원시정모세포의 형태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약 74일이 지나야 어른 정자로 성숙되고, 그렇게 커진 정자는 다시 약 2~3주가 지나야 수정 능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자를 만들기 시작한 후 적어도 90일이 지나야 임신이 가능한 정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임신을 하겠다니요. 이미 90일 전에 생성된 정자가 오늘 수정하는 것입니다. 즉, 90일전의 남성의 건강상태가 오늘 생성되는 수정란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넷째, 철저한 계획임신이 아니라면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의 출산을 기대하기 힘들어집니다. 임신 전 철저한 계획이 출생아의 건강과 지능에 도움을 준다는 많은 논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에 꽃 또는 나무를 심는다면, 심은 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심기 전의 계획이 더욱 중요한 이치와 같습니다. 나무의 종자선택, 건강한 씨앗 또는 묘목의 선택,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심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적절한 토양의 선택, 빛과 수분이 적절히 공급되는 곳에 심어야 꽃과 나무가 더욱 건강하게 자랄 것입니다. 그러니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을 부부가 아기를 가지려는 것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준비 안 된 정자와 준비 안 된 난자가 만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부부가 만나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들의 ‘아기를 가지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람을 만드는 ‘베이비플랜’을 사실 ‘웨딩플랜’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을 보면 결혼식에 너무나 관심을 쏟습니다. 결혼 전후에는 온통, 혼수감 마련, 집 마련, 신혼여행 등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그것보다 중요한 사람만들기, 즉 <베이비플랜>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신혼부부들이 계획에도 없던 허니문베이비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요. 그 결과 임신이 될 줄 모르고 복용한 몇 알의 감기약, 수면제 등으로 낙태를 심각하게 고민중인 신혼부부도 참 많습니다. 그러니 이런 것들이 사회문제화 되는 것이지요. 월드컵 베이비가 이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니 걱정이 앞서는 것입니다.
OECD 국가 중 최저의 출산율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요즘은 태어나는 아기의 질(質)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고령임신, 쌍둥이 임신 등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저체중아가 지속적으로 늘기 때문입니다.
출생아의 숫자도 감소하는 판에 태어나는 아기의 질까지 떨어져서 되겠습니까. 즉흥적인 베이비가 만들어져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특히 들뜬 마음에 마신 술, 대책 없이 피워대는 담배, 밤새 피곤한 신체… 이런 환경에서 임신하는 것은 아기 만들기에는 최악의 환경입니다. 이렇게 준비없이 임신된 아기가 건강할리 만무한 것입니다. ‘월드컵 베이비붐’이 걱정되어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