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급하고 지기 싫어하는 ‘A형 성격’, 심장병 주범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6/25 08:33
성격은 건강을 결정한다. 미국 심장내과 의사가 개발한 설문지에 따르면 사람의 성격은 크게 일에 쉽게 몰두하고 시간관념이 철저한 A형과 B형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A형 성격은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발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들이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 말 빠르고 지기 싫어하면 A형, 느긋하고 자기주장 약하면 B형
염근상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A형 성격 유형은 1959년 미국 심장내과 의사에 의해 개발됐는데 이후에는 거의 쓰이지 않다가 최근 심혈관질환이 급증하면서 조명받고 있다”며 “2005년부터 A형 성격이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등 각종 심혈관질환과 관계가 깊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대 심장내과 의사 프리드만과 로즈만은 우연히 대기실 의자 뒷다리가 똑같이 닳아있는 것을 발견한 뒤 이를 이상하게 여겨 대기 중인 환자를 꼼꼼히 관찰하자 대부분이 급한 일이 전혀 없는 데도 곧 볼일을 봐야 하는 사람처럼 의자 끝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아 있음을 알게됐다. 이후 두 의사는 3400명의 심장병 환자들의 성격을 분석했고 그들의 공통적인 성격을 A형 성격으로, 그 반대 성격을 B형 성격으로 명명했다.
A형 성격은 다른 누구보다 일에 열심이며 남에게 지기 싫어한다. 보다 적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신이 하는 일을 누군가 방해하거나 지연시킬 때에는 공격적으로 변한다. A형 성격은 성미가 급해 말 식사속도 보행속도도 빠르다. 일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면 초조함을 느끼고 휴식을 취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까지 느낀다. 이와 반대로 B형 성격은 느긋하고 수동적이며 변화에 쉽게 순응한다. 자신의 성격 타입은 간단한 설문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 A형이면 담배 피거나 뚱뚱하지 않아도 심장병 생겨
A형 성격은 스트레스가 없어도 쓸데없이 긴장하고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뇌가 이런 심리상태를 감지하면 부신 등에서 각종 호르몬이 나온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장기적으로는 콜레스테롤 생성이 촉진되고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커져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관에 지방이 많이 쌓이고 혈당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A형 성격이 있으면 고지혈증 진단기준인 콜레스테롤과 당뇨병 진단기준인 공복시 혈당 수치가 높다. 염 교수팀이 성인 110명의 행동유형에 따른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교한 결과 A형 성격인 사람들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는 201.5㎎/dL로 B형 성격인 사람들(186.0㎎/dL)보다 높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dL이상이면 고지혈증이다.
고상백 원주기독병원 예방의학과 교수팀이 남성 88명을 조사한 결과 A형 성격 그룹의 평균 공복시 혈당은 115.7㎎/dL로 B형 성격 그룹에 비해(112.8㎎/dL) 높았다. 공복시 혈당이 110㎎/dL이상 이면 당뇨병이다.
고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뛰는데 A형 성격인 사람은 원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같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흥분해 혈압과 맥박이 더 크게 오른다”며 “A형 성격이 있으면 담배를 피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심장병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A형 성격은 노력하면 없앨 수 있어
A형 성격은 전체 인구 중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경쟁이 치열한 그룹에서 더 많다. 즉 여성보다는 남성이, 노인보다는 30~40대에 주로 몰려있다.
염 교수는 “성격유형은 혈액형처럼 평생 똑같은 것이 아니라 6개월 정도 노력하면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며 “특히 고지혈증 고혈압 등 심장병 고위험군인 사람은 반드시 A형 성격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성격 유형을 바꾸려면 우선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버려야 한다. 해야 할 일에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시간 대신 양을 위주로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가용한 시간의 60~70%만 고려한다. 밥을 먹으면서 음악을 듣고 책을 보는 등 동시다발적인 행동은 실제로 시간을 크게 줄이지 않으며 오히려 뇌의 여러 부위를 자극해 스트레스만 많이 쌓이게 하므로 피한다. 갑자기 스트레스가 닥칠 때를 대비해 일단 회사에 출근하면 5분 정도 명상을 하고 시간에 쫓기거나 상사가 다그칠 때에는 10회 이상 심호흡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