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상황에 따라 소화제 골라 드세요!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기자
입력 2010/06/07 08:30
우리나라는 소화불량증 환자가 워낙 많은 탓에 소화제가 엄청 팔린다. 소화제는 크게 효소제, 운동기능개선제로 나눈다. ‘생약 성분’이 든 소화제도 있다. 소화제도, 알고 먹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출시되는 소화효소제
어느 집에나 가정용 구급함을 열어 보면 소화제 한두 종류는 있다. 소화효소제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의 분해를 돕지만 주로 지방이 분해된다. 위보다는 소장에 주로 작용해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을 잘 분해해 장에서 원활하게 흡수되도록 돕는 약이다. ‘활명수’나 ‘가스명수’는 소화효소제가 아니다. 생약을 추출해 만든 제품으로 위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일부 있고, 위를 자극해 소화력을 높여 준다.
식사 30분 전에 복용하는 위운동개선제
식사 후에 더부룩하거나 체하고 얹힌 느낌이 있다면 위장 운동을 개선하는 소화제가 적합하다. 위의 기능이 떨어져 복부팽만감, 불쾌감,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먹는다. 소화효소제는 식후에 주로 복용하지만, 위운동개선제는 식사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운동개선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중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용체에 주로 작용한다. 아세틸콜린은 뇌를 비롯한 신체 여러 부위에 작용하므로 함부로 분비를 촉진해서는 안 된다. 의약분업 이전 약국에서 쉽게 사 먹던 ‘맥소롱’이란 소화제는 뇌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해 억눌려 있는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촉진, 위 운동을 개선한다. 맥소롱은 구토, 위식도 역류 증상에 효과가 있다.
맥소롱은 뛰어난 약효만큼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뇌에는 혈액을 통해 독성이 흡수되지 못하게 하는 장치(혈뇌장벽)가 있는데, 맥소롱의 성분인 메토클로프라마이드는 이 장벽을 통과한다. 그래서 이 약을 먹으면 졸림, 불안감,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맥소롱의 부작용을 줄인 돔페리돈이라는 위운동개선제도 있다.
위산과다, 속쓰림엔 제산제
갤포스 등의 제산제는 산을 중화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제제로, 위산과다로 속쓰림이 있을 때 복용한다. 위에 염증이 있을 때, 위산이 위벽을 자극해 속쓰림, 윗배 통증 등을 유발할 때 복용한다. 제산제에는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이 포함된 제산제는 변비, 마그네슘이 포함된 것은 설사가 날 수 있다. 또 투석을 하는 만성신부전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과식 등의 원인으로 소화가 안 될 때 제산제를 먹으면 오히려 산을 중화시켜 소화가 지연될 수 있다. 가슴이 쓰리고 신물이 넘어오면 대부분 단순한 위산과다로 생각하지만 역류성 식도질환일 수 있다. 이런 증상에는 제산제가 아닌 ‘개비스콘’ 같은 알긴산 제제를 복용한다. 고유의 방어층을 형성해 가슴쓰림, 위산 역류 등을 막아 준다.
More Info 소화에 관한 오해와 진실
소화제 남용하면 소화기능 약해지나? X
소화효소는 호르몬과 다르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효소가 분비되는데, 이 효소는 혈액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음식이 들어가면 소화효소는 거의 자동으로 분비되기 때문에 소화제를 복용한다고 몸이 알아서 소화효소를 적게 분비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끼니 때마다 소화제를 복용하면 소화효소 분비 세포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으나, 가끔 먹는 소화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된다? X
위 속에 탄산가스가 차면서 트림이 나오는 것일 뿐 소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다만, 콜라의 일부 성분에 섬유질 분해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성분은 위에 생기는 돌(石)을 분해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탄산음료는 오히려 잦은 트림을 유발해 위식도역류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도움말 황보영(한강성심병원 약제팀 팀장), 박형석(건국대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