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등 대신 가슴을 받친다?… 의자의 이유있는 변신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6/07 08:32
하루의 10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능성 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사무·가정용 가구 회사뿐 아니라 척추전문 병원에서도 기능성 의자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최근 등받이가 없이 가슴 하단부를 밀착시키는 가슴받이만 부착한 의자가 나왔다. 기존 외과 수술을 하는 의사가 사용했던 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 한 것. 등을 90도로 꼿꼿이 세우고 앉으면 머리와 상체 무게가 요추에 고스란히 집중된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병원장은 “여기에 등을 구부리면 요추에 가해지는 부담이 2배 가까이 높아진다”며 “그러나 가슴 받이에 기대면 요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60~7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가슴받이 의자는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척추가 곧게 펴져 저절로 척추 스트레칭이 된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요통이 생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바퀴가 달린 이동식 의자에 일정 정도 이상 무게가 실리면 의자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이 되는 의자도 출시됐다. 아이들이 이동식 의자를 사용할 때,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거나, 의자에 떨어져서 부상을 당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또한 이 의자는 회전하는 의자 좌판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레버를 달아 평상시에는 회전을 할 수 있게 하고, 공부, 작업을 할 때는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정희 교수는 “기본적으로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이동식 의자보다 고정식 의자가 좋다”며 “움직임에 따라 의자가 잘 미끄러지면 앉은 자세가 수시로 바뀌면서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엉덩이 좌판이 두개로 분리된 것도 나왔다. 엉덩이 모양과 비슷하게 좌판이 굴곡이 돼 있고 둘로 나눠져 있어, 앉을 때 좌판의 가운데 부분에 깊숙이 앉도록 도와준다. 또 엉덩이의 모양과 각도에 따라 좌판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여 엉덩이에 닿는 면적을 넓게 해 엉덩이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켜 장시간 앉았을 때 골반· 허리 근육에 가해지는 피로감을 줄인다. 이정희 교수는 “그러나 평소에 한쪽 엉덩이로 기울어 앉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좌판이 분리된 의자에 앉아도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앉아서 허리 운동을 할 수 있는 의자도 있다. 이 의자는 의자의 등받이가 180도로 완전히 젖혀지고 스프링이 있어 등받이가 90도로 원상회복 되도록 설계돼 있어 뒤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스트레칭과 허리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의자에 앉아서 위·아래, 좌·우, 앞·뒤로 수동으로 움직여가며 허리와 옆구리 운동을 할 수 있는 의자도 나왔다. 이 의자는 등받이가 없어 허리힘을 길러 준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정국 교수는 “그러나 좋은 의자의 조건은 요추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받이, 팔걸이 등이 잘 설계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받이가 허리까지만 있는 ‘허리받이’가 요추 형태에 따라 굴곡이 된 의자도 개발됐다. 요추는 뒤집어진 C형태로 구부러져 있는데, 일반 등받이에 기대면 요추 부분에 공간이 생겨 요추를 충분히 지탱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허리받이의 굴곡이 키, 체형에 따라 세밀하게 설계돼 있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황창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기능성 의자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허리, 골반 등의 근육 긴장을 줄여주고, 의자에 앉을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앉은 자세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기능성 의자라도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의자에 앉을 때는 뒤쪽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상반신을 편 상태에서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며 두 발을 바닥에 붙이고 앉는 것이 가장 좋으며 30~50분 정도 앉은 후에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황 교수는 “이미 생긴 디스크 등 척추 질환을 치료하거나 교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