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희(58, 가명)씨는 위암으로 7개월 전 위절제술을 받고 현재 외래 치료 중이다. 그러나 2개월 전만 해도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절제술 후 그는 주치의로부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제 수술 후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이미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최씨의 마음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 져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시 큰아들이 유수 대기업에 입사를 해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최 씨의 마음은 기쁜 마음보다는 이유 없는 피로함과 무기력감 더 지배적이었다. 결국 가족들의 권유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그는,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암으로 인한 충격과 무기력감 때문에 자신이 우울증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됐다. 다행이 정신과 전문의와의 꾸준한 치료가 이루어졌고, 현재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상태가 되어, 이제는 암 발생 전 이웃들과 참여했던 독거노인 자원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 대장암을 진단받은 오승찬(41, 가명)씨의 주치의는 최근 큰 마음의 짐을 하나 덜은 상태이다. 대장암으로 진단된 오씨에게는 수술이 필수적이었는데, 수술에 동의하지 않았던 오 씨의 수술이 지난 주에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
수술 전 오랜 동안 오씨는 “죽고 싶다”며 병실에서 안절부절했고, 필요한 검사나 투약도 하지 않으려 했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설득과 권유가 지속됐으나, 이유없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 며칠간은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상태가 지속되자 오씨 스스로도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에 고민했고, 결국 주치의를 통해 정신과 진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정신과 진료에서 오씨는 암치료 후 재발에 대한 두려움, 이차암 발생에 대한 걱정, 그리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신체상의 후유증 등에 대한 걱정 등 오씨의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에만 치우쳐 있는 등 불안증 등이 생긴 것으로 진단했고, 오씨에게는 생각을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 주는 인지치료가 시행됐다. 더불어 불안과 불면 증상에 대해서는 약물치료가 동시에 시행됐다. 약 2주의 치료를 통해, 오씨의 불안증과 불면증은 현저히 호전됐고, 지난 주에는 수술도 성공적으로 받아, 현재는 수술 후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 암환자 중 정신적 고통 호소 40%에 달해
위의 사례에서처럼, 암환자들은 암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우울, 공포, 불안 등과 같은 심각한 정신심리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는 이러한 정서적 고통을 ‘디스트레스’라고 정의하고, 체온, 혈압, 호흡 등과 함께 중요한 신체 증후(활력 증후)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암환자들은 일시적 감정 문제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가장 중요한 암치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적절한 때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암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는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약 42%의 암환자들이 우울 및 불안증을 실제로 겪고 있거나 향후 이러한 정신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암환자에 대한 정신과적 관리가 체계화 되어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통계와도 유사한 수치이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통계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반영되고 있다. 2007년 12월 암센터 개원 이후, 개원 이전에 비해 정신과로 협의 진료가 의뢰되는 건수가 월평균 약 200여 건으로 약 63% 증가했다.
◆ 삼성서울병원, 암환자 위한 정신건강클리닉 개설
암환자의 정신건강 관리 및 정신과 진료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암환자들만을 위한 전문 정신건강클리닉 개소의 필요성이 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최근 삼성병원은 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을 개소하고, 6월부터 암환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진료를 시행한다.
암환자 정신건강클리닉은 국내 최초로 암센터 내에 위치한 독립된 외래 공간에서 이뤄지며, 암환자의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전문의와 전문간호사에 의해 진료와 상담이 진행된다. 또한, 당일 진료와 정신건강과 관련된 심리검사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신건강클리닉은, 정신종양전문가와 정신종양전문간호사, 그리고 임상심리전문가에 의해 ▲암 진단 후 우울증, 불안증 및 불면증이 동반된 환자 ▲각종 암의 치료 과정(수술치료 및 항암치료 등)에서 피로, 통증 및 기분변화 등의 적응장애를 보이는 환자 ▲암환자를 돌보는 가족들 중 우울, 불안 등의 정서적 불편감을 경험하고 있는 보호자 등을 주 대상으로 해 진료와 상담을 시행할 예정.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과장(정신과 교수)은 “이러한 암환자 전문 정신건강클리닉이 이제야 개소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앞으로 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을 통해, 암으로 인해 정신·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전문적인 정신건강관리를 받아 심리적 불편감을 해소해 암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