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만 문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는데, 술은 엉덩이뼈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이를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이라고 한다. 이름도 어려운 이 병은 쉽게 말해 엉덩이뼈에 피가 제대로 가지 않아 뼈가 썩는 것이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의 원인과 발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기전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혈관에 지방을 축적시키는 ‘과도한 음주’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힘찬병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으로 수술 받은 환자 191명을 분석한 결과, 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21%(40명)로 가장 많았다. 스테로이드제 복용과 외상이 각각 10.5%(20명), 퇴행성이 3%(6명)로 그 뒤를 이었다. 남녀 비율은 남성이 69%(131명)로 여성(60명)보다 2배 많았고 연령대는 40~50대가 53%(191명 중 101명)로 가장 많았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무릎관절이나 어깨관절 등에서도 생길 수 있지만 체중부하가 가장 크고 걸을 때 움직임이 큰 엉덩이뼈에 가장 흔히 생긴다. 이 병은 서양인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생 빈도가 특히 높고 소주, 막걸리 등을 자주 마시는 30대에서 50대 남자 환자에게서 잘 발생한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의 흡연, 음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20대 젊은 남자와 여자환자도 늘고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놓치기 쉬우며, 통증이 생겼을 때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주 증상인 엉덩이 부위 통증은 괴사가 생긴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 골반과 넓적다리를 잇는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면 시작한다. 특히 다리를 벌릴 때 사타구니가 아픈 것이 특징이며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 때 사타구니에 통증이 심하다. 또 땅을 디딜 때 다리가 욱신욱신 쑤셔 절뚝거리기도 한다. 병이 더 진행돼 대퇴골두가 파이면 다리 길이가 짧아진 것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적당한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병이 시작한 후 약 2년 이내에 심한 통증으로 걷기 어려워진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은 초기에는 약물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병이 심해지면 이공관절 수술 등을 받아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의 예방법은 현재 원인인자를 피하는 것밖에 없다. 뼈가 약해지는 중년에는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과음과 폭음은 최대한 피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한다. 그밖에 평소 음주량이 많은 사람은 엑스레이나 MRI 등으로 정기검진을 받고 엉덩이, 사타구니에 통증이 있거나 걸을 때 다리가 아프다면 반드시 근처 정형외과를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