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계속 들뜨는 '조증' 주의해야
헬스조선 편집팀
입력 2010/08/23 09:27
무슨 좋은 일이 생겼는지 배를 움켜질 정도로 웃어대는 김 과장. 요 며칠 지나치게 의욕이 넘치고 논리적이지 않은 말들을 늘어놓는다. 어제 일이 늦게 끝나서 잠도 몇 시간 못 잤을 텐데 전혀 피곤하지 않은 기색이다. 오히려 자신이 말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성급하게 입을 열어 부장님의 화를 부르고 있다.
직장인 박수해(26)씨에게는 요 며칠사이 지름신이 강림, 갚을 능력도 안 되면서 사고 싶었던 명품 백과 옷을 카드로 사들였다. 그런데도 딱히 불안하지 않다. 왠지 더 허세를 부리고 싶어지고 어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될 것 같아 마냥 들떠있다.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상황이지만 이들이 ‘조증(燥證)’환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증은 우울증과 반대로 1주일 이상 들뜨고 자신감이 넘치는 기분장애의 일종이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뇌신경 세포의 전달 물질이 많아지거나 그 기능이 너무 활발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웃으면 건강에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증의 폐단은 우울증만큼이나 심각하다. 조증 상태에서 사람들은 망상이나 환상 등을 자주 겪으며 자살 위험도 높으며, 과도한 흥분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기분안정제인 리튬이나 발프로에이트 등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다. 그러나 재발이 잦은 질환의 특성상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열이 많은 사람에게서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에 황련, 치자, 석고 향시 등의 한약재를 꾸준히 복용하게 함으로써 치료한다.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은 “조증 환자의 경우 한의학 진단법인 복진(服診)을 했을 때 복부대동맥이 과항진돼 심한 두근거림이 느껴진다”며 “한약으로 하는 조증 치료는 장기적인 처방이 가능하고 재발률을 낮춰준다는데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증은 놔두면 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고 울증(鬱症)까지 반복되는 양극성 장애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자연치유 되더라도 재발간격이 짧아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지난 2007년 영국 애든버러대학 연구팀이 조울증을 겪는 20명의 환자와 정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MRI 검사를 한 결과, 조울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뇌의 회백질의 조직 감소로 뇌의 용량이 적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거나 아무 이유 없이 흥분되는 증상이 지속 반복된다면 조증을 의심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유쾌한 기분과 조증을 혼동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때 주변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예전과 다른 느낌을 정확히 밝혀주거나 병원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