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유산했는데 항암치료라니… ‘포상기태’란 무엇?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5/17 08:33
“첫째 때와는 달리 음식냄새를 맡는 것이 힘들 정도로 입덧이 매우 심하고 배도 더 빨리 나오는 것 같아 좀 이상하긴 했지만….” 둘째를 임신했던 임신 6주차 주부 이모씨(30)는 정기검진을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놀랍게도 “이미 유산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원인은 이름조차도 생소한 ‘포상기태’. 수술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임신호르몬 수치를 살피던 이씨는 설상가상,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서 항암치료까지 시작해야 했다.
유산은 마음의 상처뿐만 아니라 몸에도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경황이 없어서 혹은 좋은 일도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유산 후 몸을 주의깊게 살피지 않다보면 습관성 유산과 불임 등은 물론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상임신으로 인한 유산 중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 임산부의 생명조차 위협할 수 있는, 포상기태에 대해 노정훈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암도 아닌데 항암치료를? 포상기태란 무엇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한 후에 태아와 태반을 형성하는 새로운 조직이 생겨나게 된다. 이 때 태반을 형성하게 되어 있는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과증식되면서 기태성 수포라는 포도송이 모양의 조직이 자궁 내에서 자라는 것을 포상기태라 한다.
포상기태는 임신 1000건 당 1건 꼴로, 보통 한 사람의 성인여성이 일생동안 평균 3회 정도의 임신을 경험한다고 볼 때, 3백여 명 당 한명 정도에 나타나는 적지 않은 질환이지만 치료를 소홀이 할 경우 임신성 융모성 종양이라는 악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하고 추적 관찰해야 할 질환이다. 따라서 임신 호르몬수치가 낮아지지 않거나 높아질 경우 암은 아니지만 이씨처럼 항암치료까지 받아야한다.
포상기태는 임신 중 과도한 구토증상, 피로감 등 보통의 입덧증상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골반통증이나 내출혈에 의한 심한 복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비정상적인 세포의 증식으로 자궁이 커지기 때문에 개월 수에 비해 배가 더 빠르게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포상기태의 생성 원인과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임신 초기 정상적인 영양막에 기능 이상이 와서 혈관이 소실되고 융모에 부종이 생긴다고 추측된다. 또 서양보다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더 빈번히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포상기태, 치료 소홀하면 암으로 발전 가능
포상기태는 임신호르몬수치와 초음파로 진단할 수 있는데, 진단이 되면 신중하게 검사를 받은 후 포상기태를 제거해야 한다. 이 때 제거는 일반적으로 흡입소파술을 이용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제거 후 자궁 내에 남아있는 포상기태 조직이 지속적 융모성 종양이 되어 자궁뿐 아니라 폐, 간장, 심지어는 뇌 등으로 전이될 수 있으므로 수술 후 추적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추적은 흡입소파술 후 혈액 검사를 통해 임신 호르몬 수치를 매주 체크하는데, 3주 연속 정상수치이면 한달에 한번씩 체크하여 연속적으로 9개월이 정상이 나올 때까지 추적관찰한다. 이 때 임신호르몬 수치가 낮아지지 않거나 상승한다면 침윤성 포상기태나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적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포상기태의 85%정도는 항암치료 없이도 치유될 수 있으며 항암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적절하게 치료를 받는다면 모든 종류의 포상기태는 완치가 가능하다.
완전히 치료를 받은 후에는 정상적인 임신은 가능하나 임신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로 유지되고 더 이상 추가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 최소 1년 정도는 피임을 하는 것이 좋다. 포상기태가 재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정훈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포상기태 등 이상임신으로 인한 유산 후, 지속적인 산부인과 검진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정기적인 검진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다음번의 건강한 임신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