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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의 전화 통화, 딸에게는 ‘신경안정제’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5/14 08:41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있어 주지 못하는 워킹맘들은 앞으로 자녀들과 통화를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자녀들에게 육체적인 포옹만큼이나 ‘신경 안정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BBC가 12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연구자들은 소녀들 60명을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 처하게 한 뒤,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껴안게 했을 때 각각 호르몬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땐 스트레스와 싸우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엄마들이 자녀를 직접적으로 껴안아줬을 때 만큼이나 비슷하게 분비됐다.
실험은 이렇게 이뤄졌다. 7~12세 사이의 소녀들로 하여금 사전 준비없이 즉흥적으로 연설을 하게 한 다음, 낯선 패널들 앞에서 일련의 수학문제들을 풀게 했다. 이런 경험들은 소녀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레벨을 치솟게 하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그리고나서 한 그룹은 즉시 엄마를 만나 포옹을 하게 했고, 또 다른 그룹에게는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게 했다. 마지막 그룹은 펭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엄마와 포옹을 한 그룹과 전화 통화를 한 그룹은 옥시토신 호르몬이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져 있었다. 반면, 영화를 본 그룹은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돼 있지 않았다. 옥시토신은 사회적인 유대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완화시켜 주는 호르몬이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레슬리 셀처(Leslie Seltzer)박사는 “지금까지 옥시토신은 육체적인 접촉을 통해 유대감이 생길 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엄마의 목소리는 육체적인 접촉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상황과 옥시토신’에 관한 이전 연구들에서는 주로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간 언어의 영향력을 고려하기에는 미흡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