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은정(35·서울 동작구)씨에게는 4살 된 아들이 하나 있다. 귀를 파다가 재미삼아 아들의 귀를 몇 번 파 준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밤에 잠을 청하려고만 들면 아이가 귀를 파 달라고 졸라서 고민이다. 아무리 살살 한다고 해도 아이의 귓구멍이 워낙 작은데다가 조직이 연약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고막을 다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 귀를 파달라고 조를 때마다 면봉도 사용해봤지만 아이는 한사코 쇠로 된 귀이개를 들고 와서 그것으로 파 달라고 졸라 엄마를 난처하게 만든다.
누구나 한번쯤은 엄마나 아내, 혹은 남편이 귀를 파 주다가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버린 경험이 있다. 이렇게 남이 귀를 파 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뭘까?
전영명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귀 즉, 외이에는 미주신경, 설인신경, 삼차신경, 안면신경 및 경추에서 나온 다수의 신경가지들이 지나간다. 이렇게 인체의 신경들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다른 부위를 만졌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귀는 미세하게 퍼져있는 신경망이 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때문에 귀지를 파주는 경우처럼 귀에 부드러운 자극을 주었을 때, 귀의 중심부를 통해 전신으로 내려가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함에 따라 자율신경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대개 귀를 파주는 사람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귀를 파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체온이나 체취 등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편안함을 더욱 느끼게 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하지만 이비인후과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귀를 파 주는 행동은 극히 조심해야 된다고 경고한다. 귀이개를 사용하다가 자칫 부주의하게 되면 외이도에 상처가 생기거나 심할 경우는 고막이 파열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귀의 중요 부위인 고막은 0.1㎜의 아주 얇은 막으로, 면봉이나 귀후비개로 자칫 심하게 다루면 쉽게 찢어지거나 터질 수 있는 약한 부위이다. 귀에 감각신경들이 몰려 있는 까닭도 그만큼 연약한 고막을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감각신경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돼 설계되어 있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개 귀지는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나오게 돼 있으므로 아이가 파 달라고 한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귀를 파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간혹 외이도의 모양이 폐쇄적이어서 귀지가 스스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주기적으로 파내거나 의사로부터 적당한 주기를 상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