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맞벌이 부부를 대신한 조부모의 육아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척추나 관절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엄마의 가족소득 기여도는 1982년 3.4%에서 2008년에는 12.7%로 약 30년 사이에 4배가량 증가했다. 그에 따라 맞벌이 부부의 자녀 양육도 점점 시부모나 친정 등에 전가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해 한 취업포털사이트(인크루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직장여성 중 32.7%는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신체 노화가 상당부분 진행됐거나 한 두 가지 퇴행성 질환을 겪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경우 매일 아이를 돌보는 만만치 않은 '노동'에 자칫 몸이 상하기 쉬울 수밖에 없다. 안인순 연세SK병원 통증클리닉 과장은 "손주를 돌보다 허리나 팔· 다리·어깨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 대부분은 자녀가 걱정할 것을 염려해 통증을 참다가 심해진 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면 퇴행성질환으로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우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업고, 안고, 들어 올리고… 허리, 팔다리, 고관절 통증 주범
12~13개월 영아를 기준으로 볼 때, 성별과 발육상태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몸무게는 대략 10kg, 신장은 77cm정도(2006 한국소아발육표준치 기준)이다. 이런 아이들은 보통 짧게는 하루 5시간, 길게는 12시간 넘게 밀착해서 돌봐야 한다. 보통 3~4시간에 한번씩 10~20분 동안 아이를 안고 분유를 먹여야 하고, 하루에 한번 아이를 한 팔로 잡고 목욕을 시킨다. 보채는 아이는 수시로 안거나 업어줘야 하고, 가끔은 손빨래가 필요한 아이 세탁물도 있다. 그렇다고 본연의 가사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육아노동 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위는 허리와 팔다리의 근육 및 관절이다. 또 아이를 다루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해 온 몸의 근육이 쉽게 긴장된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거나 분유를 먹이기 위해 허리를 숙여 아이를 안거나 들어 올리는 동작은 특히 허리에 부담을 줘 허리통증을 일으키기 쉽다.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자극이 반복된다면 허리디스크나 척추분리증 등으로도 악화될 수 있다. 아이를 안고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도 잦아 무릎관절이나 고관절에 무리가 간다. 또 가끔 아이 세탁물을 손빨래 하는 일도 팔 부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손목부위의 통증과 함께 손가락이 저려오는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이나 어깨부위의 근육통도 생길 수 있다.
◆ 각 상황별 바른 자세가 중요. 틈틈이 휴식 취하고 마사지해줘야
매일 손주를 봐줘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평소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자세로 아이를 돌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먼저 아이를 팔의 힘으로만 안는 자세는 금물이다. 팔목과 어깨, 허리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아직 단단하지 않은 아이의 뼈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때문에 아이의 몸통을 팔로 휘감듯 안아 몸에 바짝 붙여 무게중심을 본인 쪽으로 맞춰준다. 분유를 먹일 때는 아이를 바닥에 눕히는 것도 좋다. 보통은 한쪽 팔로 안고 먹이는데, 하루에도 수 차례 반복되기 때문에 허리와 팔에 무리가 가기 쉽다. 아이와 함께 비스듬히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먹이면 부담을 한결 줄일 수 있다.
또 아이가 보챌 때는 안고만 있지 말고 잠깐씩 보행기를 태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허리를 가눌 수 있는 6~8개월부터 태우면 된다. 단, 너무 오래 태우면 안짱다리가 될 수도 있고,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 아이가 몸을 비틀다가 골반이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번에 5분 내외로, 발이 바닥에 닿게 높이를 조절해줘야 한다. 외출할 때는 가급적 유모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잠깐 이동할 때는 ‘아기띠’나 포대기 등도 좋지만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 허리나 어깨에 통증을 겪을 수 있다.
만약 허리나 팔다리관절, 근육 부위 등에 통증이 있다면 우선 휴식을 취하면서 통증부위를 마사지해주거나 부드럽게 스트레칭 해주면 좋다. 보통 휴식을 취하면 상태가 호전되지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상태에 따라서는 간단한 주사요법만으로도 통증이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