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식하고 소리 없이 새는 ‘도둑방귀’는 왜 우렁찬 ‘대포방귀’보다 지독할까?
개인차가 있지만 건강한 성인은 알게 모르게 하루 13~20회에 걸쳐 0.5~1mL의 방귀를 뀐다. 소리가 나는 이유는 항문의 작은 구멍을 통해 한꺼번에 가스가 방출되면서 항문 주변의 피부나 괄약근이 떨리기 때문이다. 가스의 양이 많거나, 밀어내는 힘이 유난히 셀 때, 혹은 치질 등에 의해 배출되는 통로가 좁을수록 소리가 크게 난다.
방귀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만들어진다. 첫째,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삼킨 공기가 위장, 소장, 대장을 거쳐 가스로 만들어진다. 둘째,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가 대장 내의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가스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방귀 가스의 대부분은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이 그 성분으로 냄새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방귀 소리와 냄새를 연관지어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칠석 송도병원 부원장은 “방귀 냄새는 소리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먹은 음식에 따라 좌우된다.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 지방이 더 고약한 냄새를 만든다”고 말했다. 장에 서식하는 세균은 지방이나 단백질의 분해 산물로 생긴 찌꺼기를 먹어치우면서 지방산이나 유황이 섞인 가스를 배출하는데, 가스의 양은 별로 되지 않는 대신 냄새는 지독하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스카톨, 인돌 등과 같은 1%의 성분 때문에 냄새가 나는 것이다.
일례로 풀을 먹는 코끼리는 방귀를 자주 뀌어도 냄새는 거의 나지 않지만 육식을 하는 호랑이나 사자는 방귀를 잘 뀌지 않아도 한번 나왔다 하면 냄새가 지독하다. 황화수소와 같은 독가스성 방귀를 유발하는 음식으로는 계란, 우유 외에도 채소 중에서는 양배추류(양배추, 브로콜리 등), 콩류, 감자, 밀 등이 있다.
방귀는 대장 속 음식물의 소화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홍성수 비에비스 나무병원 원장은 “과식이나 소화불량 등으로 인해 충분히 소화가 되지 않아도 방귀냄새가 많이 날 수 있다.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양이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항문에 바로 인접해 있는 직장에 대변이 많이 차 있는 상태에서도 대변 냄새가 함께 새어나와 악취가 심할 수 있다.
만일 우렁찬 대포 방귀가 냄새가 별로 없다면 탄수화물의 이상 발효로 인해 생긴 가스가 원인으로 ‘빈 수레가 요란하듯’ 가스량은 많아도 악취 성분이 적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약한 도둑 방귀는 단백질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에 뀐 방귀이거나,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거나, 직장 근처에 대변이 있다는 뜻이다.
방귀가 장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방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잦다면 요구르트, 발효음식과 같은 유산균이 풍부한 식품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유산균은 장에서 이상발효를 억제해 가스량을 적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