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3D영화 볼 때 왜 멀미 생기나 했더니…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 유미혜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0/04/13 08:51
2조 4천억 달러의 수익을 낸 3D 입체영화 아바타의 전 세계적인 흥행 성공 이후로 제2의 아바타를 꿈꾸는 3D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는 3D용 홈시어터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는 상당수의 영화들이 입체 영화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3D 영화를 보고난 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3D가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멀미약까지 먹는 노력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3D영화의 부작용인 울렁증이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3D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평면 화면을 입체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두 눈이 각각 다른 각도에서 물체를 보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두 대의 카메라로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후, 그 영상들을 동시에 재생시켜 하나의 화면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을 맨눈으로 보게 되면 서로 겹쳐져 뿌옇게 보이게 된다. 이 때, 우리가 3차원 효과를 인식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바로 특수 안경이다. 특수 안경은 평면 영상에 나타나는 두 개의 영상을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분리해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양쪽 눈의 조절작용 능력이 떨어진다면 울렁거림이 많이 발생한다. 헬스데이 뉴스가 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약 5% 정도는 눈의 상호 조정능력이 떨어져 3D영상을 즐기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또한 관람객의 30%가량은 노력을 통해 양쪽 눈의 초점을 맞추는 데 성공하긴 하나, 대형 스크린에서 입체 영화를 볼 때 두통과 피로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제프리(Jeffrey Anshel) 안과 전문의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각각 서로 다른 정보를 조절하여 뇌에 전달하는데, 뇌는 혼란을 느끼고 오히려 눈을 정렬시키려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울렁증과 멀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3D영상에서 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보게 될 경우 이 때 주인공이 받는 느낌을 그대로 느끼기 위하여, 우리의 눈은 ‘지금 날고 있는 중이다’라는 신호체계를 뇌에 보내게 된다. 하지만 뇌는 ‘나는 계속 앉아있다’라는 신호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 때 발생하는 충돌이 바로 메스꺼움과 두통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즉, 멀미현상은 우리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는 듯 느끼지만, 실제 몸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고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우리 몸이 평형을 유지하는 데는 시각, 전정(내이의 평형기관), 고유 감각 3가지가 작용하는데, 이 3가지 중 어느 하나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어지럼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 어지럼을 느끼는 것처럼 평소 일상에서 받는 시각 자극과 다른 자극을 받을 때는 정상인도 어지럼을 느낀다. 청룡열차를 타는 것이나 배를 오래 타고 난 후 또는 차멀미도 비슷한 이치다.
김병건 을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입체영화를 볼 때 멀미와 함께 두통, 구토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증상이 지속될 경우 광장공포증이나 공황장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일단 어지럼증에 취약한 사람은 가급적 3D영화 관람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하게 접해야 하는 경우는 신경안정제와 같은 전정억제제나 멀미약 패치 등을 붙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안과학회 홍보이사이자 남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인 제임스(James J. Salz) 박사는 “입체영화 열혈 팬들은 멀미약까지 먹어가며 3D영화를 보려 하겠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