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41.9%의 선택, 정수기 사용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업고 세력 확장에 성공한 정수기 시장이 이제는 수돗물의 위협을 받는다. 상수도사업본부가‘그대로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강조하면서 정수기 업계에 정면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 선호도 2위를 자랑하며 연간 1조20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한 정수기 업계는 이온, 살균, 항균, 강화된 필터링 기능 등 다양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지

정수기, 세균의 온상일 수 있다.

정수기는 각기 다른 기능의 필터로 물을 걸러 수질을 좀더 좋게 만드는 기구다. 오염된 물도 깨끗하게 걸러줘 소비자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최근‘정수기 물에서 세균이 다량 검출되었다’, ‘정기적인 관리를 받는 정수기 물탱크 안이 너무 더러웠다’등 정수기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뉴스가 종종 들린다. 2008년 8월에는 부산지역 초·중·고교에서 음용수로 사용하는 정수기물의 수질이 5곳 중 1곳 꼴로 먹는물 기준에 부적합했다.

조사대상 학교에서는 수도꼭지에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탱크에 저장한 수돗물을 정수기를 통해 음용수로 사용했었다. 전문가들은 정수기 위생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오히려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필터가 수돗물의 소독 성분인 염소를 걸러내, 정수기 안은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아이들의 경우 손을 씻지 않고 정수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염 위험이 더욱 높다. 청소와 필터 교체는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몇 시간 사용하지 않았다가 물을 쓸 때는 30초 이상 물을 버리고 사용한다.

‘물’마크와‘NSF’인증을 확인하라

물만큼 깐깐히 골라야 하는 것이 정수기다. 정부에서는 정수기 시장 질서의 조기 정착을 위해 한국 정수기공업협동조합을 인정했다. 이곳에서는 먹는 물 수질검사기관에 의뢰해 유입수 함유농도 초과여부 검사, 구조·재질과 사후관리계획 검사, 정수기종합품질심의회(학계·소비자단체·전문가등으로구성)의 심사를 통해 최종 합격품에 한하여 물마크 스티커를 교부한다. 한국정수기관리센터 지종수 소장이 대한위생학회 2003년 정기 학술심포지움에서 발표한‘정수기의 위생적 관리 방안’에 따르면 물마크에 합격한 정수기의 기능은 대동소이한데도 정수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소비자가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물마크와 함께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미국 위생협회) 마크도 확인한다. NSF는 환경 전반에 관련해 규격을 제정하고 인증하는 미국 내 비영리 민간기구로, 먹는 물 처리장치에 대해 6개 분야의 시험방법을 정하고 품질인증을 부여한다. NSF42는 맛·냄새 등 심미적 요인의 제거 성능, NSF53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제거 성능을 평가하므로 눈여겨봐야 한다. 그 외 NSF44는 연수화 장치에 대한 기준, NSF55는 자외선(UV램프)에 의한 미생물 억제 기준, NSF58은 역삼투압방식에 관한 기준, NSF62는 증류식 정수기에 관한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다양한 정수기, 무엇을 고를까?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정수기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0.0001㎍(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크기의 역삼투압 필터를 사용해 물 속 모든 성분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웅진코웨이’‘청호나이스’등 업계 선발주자가 주로 채택하고 있다. 정수기 시장에서 역삼투압방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로, 이물질이 거의 없는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삼투압 과정을 역행시키는 펌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물 소비량이 많고, 정수 속도가 느리며, 가격대가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두 번째 중 공사막은 정수기 필터에 미크론 규모의 구멍을 내어 미네랄 등의 성분은 남긴 채 세균과 유해성분만 걸러내는 방식이다. 역삼투압 방식보다 막이 느슨한 편이라 정수 속도가 빠르다. 별도의 펌프가 필요없어 복잡하지 않고, 가격대도 낮다. 정수기를 선택했다면 구매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렌털은 매달 3만~5만원의 비용이 꼬박꼬박 나가지만 필터교환 등의 관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3~5년 렌탈 비용을 내면 소유권을 얻기도 한다. 일시불 구입 방법은 한꺼번에 목돈이 들지만, 렌탈 비용의 합계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필터를 유상으로 구입해야 하므로 몇 년을 쓸 것인지 생각해 보고 계산기를 잘 두드려 보자.

도움말 박샛별(아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송미연(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안윤옥(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참고서적 《물로 10년 더 건강하게 사는 법》(리스컴), 《물, 치료의핵심이다》(물병자리), 《첨단과학으로 밝히는 물의 신비》(서지원)




서영란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