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두통, 소화불량‥알고보니 자궁이 문제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3/23 09:18
직장인 손모(29)씨는 몇 년 사이 자주 체하고 배가 팽창된 느낌이 드는 등 소화장애를 느낄 때가 많았다. 한의원에서는 “위가 약해서 그렇다”고 해서 한약도 몇 채 지어먹어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손씨는 최근 다른 이유로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자궁암이 발견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소화기 병인 줄만 알았던 것이 자궁 때문에 걸린 병이었던 것이다.
◆소화장애, 두통 등… 알고 보면 ‘자궁’이 문제일수도
자궁은 여성의 생식에만 관련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건강상태에 따라 위나 장 관련 질환, 빈혈 등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임경택 관동의대 제일병원 부인종양과 교수는 “여성에게 있어서 자궁은 제 ‘2의 심장’이라고도 불릴 만큼 중요한 장기이다. 자궁은 여성의 몸 상태와 호르몬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곳이고, 미세한 모세혈관들이 빽빽이 몰려 있는데다가 다른 중요한 장기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하이오 의대 연구진이 50명의 여성 편두통 환자와 그렇지 않은 여성 52명을 대상으로 비교·연구한 결과, 편두통 환자의 경우 63%가 월경과다증을 경험한데 반해 대조군은 37%가 월경과다를 경험했다. 또 편두통 환자는 월경으로 인해 옷을 적시는 비율이 35%로, 대조군의 8%보다 높았으며 자궁내막증의 유병률도 편두통 환자의 경우 40%였지만 대조군은 약 4%에 그쳤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비스 스미스 박사팀의 연구결과에서도 자궁암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궁암 진단 1~3 개월 전부터 위장 장애 증상 및 골반 통증 현상이 다른 그룹들에 비교하여 더 흔하게 발생했다.
임경택 관동의대 제일병원 부인종양과 교수는 “여성이 생리를 할 때는 원래 복통이나 설사, 두통 등을 겪는 경우가 있지만 월경 때가 아닌데 이런 복부 통증이나 복부팽만, 두통 등이 같이 나타난다면 자궁질환이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궁의 이상신호, 어떻게 알아볼까?
자궁의 이상은 월경과 대하 분비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정상적인 월경주기는 28(21~35)일 정도(첫번째 월경 시작일과 두 번째 월경 시작일 사이 간격)이며 보통 2~7일간 지속된다. 만약 규칙적이던 월경 주기가 갑자기 달라지거나 월경을 하는 기간이 길고, 월경 시 덩어리가 많아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자궁에서 이상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냉대하증도 자궁의 이상신호로 볼 수 있다. 대하는 자궁 등에서 분비되는 투명한 액체로, 보통 깨끗하고 흰색, 혹은 회색깔을 나타내며 점액성을 띠며 냄새가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대하가 분비될 때 심한 가려움이 느껴지거나 생선썩는 냄새, 효모 썩은 냄새 등이 나타나면 자궁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피부에 트러블이 나타나거나 허리통증이나 생리통 등이 심해지는 경우도 자궁이상신호로 볼 수 있다.
◆자궁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은?
자궁은 많은 모세혈관이 분포돼 있는 민감한 장기이다. 몸에 꽉 끼는 거들, 청바지 등은 모세혈관의 혈관을 압박하고 혈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심할 경우 자궁 모양이 변하면서 일부 구부러질 수도 있고, 자궁 울혈이 생기면 근종 등이 생길 수도 있다. 꽉 끼는 옷은 통풍도 방해하기 때문에 세균이 증식하기도 쉽게 만든다. 따라서 몸을 조이는 옷은 되도록 피하고 하복부에 주기적으로 따뜻한 찜질을 해 주고 반신욕을 해 주어 혈액순환이 원활히 되도록 한다. 또한 찬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흡연 역시 자궁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치므로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자궁질환이 심할 경우 출혈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때 병원을 찾아 자궁경부암, 질암 등으로 판정받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30대 이후라면 2년에 한번, 40대 이후라면 1년에 한번 정도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성관계를 경험한 바 있는 여성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정기검진을 받고, 가능하다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도 맞는 것이 좋다. 현재 자궁경부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백신은 엠에스디(MSD)의 ‘가다실’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이다.
특히 가다실의 경우 자궁경부암을 98% 예방하면서도 기타 외음부암, 질암, 생식기 사마귀 등도 예방 가능하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9세 이상의 여성이면 누구나 접종 가능하며, 최초 접종 후 2개월 뒤 한번, 6개월 뒤에 한번씩 총 3번 접종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