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임신초(5주이내)에 먹은 감기약, 태아에 큰 영향 없어요

김맑아 헬스조선 기자

태아기형 약물 영향은 기관 발생하는 5주 이후
피임약도 9주前엔 안전… 여드름약 등은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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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이나 항생제를 복용한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기형아 출산을 걱정하는 임신부가 많다. 지난 8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종합대책' 자료에 따르면, 연간 34만 건의 임신중절 중 12.6%가 약물 복용으로 인한 걱정이 원인이었다. 2009년 제일병원 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가 200여명의 임신부를 조사한 결과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한 경우 전체 임신부의 약 50%가 주위에서 중절을 권유받았으며, 임신부의 43%는 스스로도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인 줄 모르고 약물에 노출됐을 때 막연한 두려움으로 중절수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임신 초기(5주 이하)에는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태아 기형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한 임신부는 중절수술이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임신 5주 이내, 모르고 약 먹었다면 대부분 괜찮아

한정열 교수팀이 1999~2008년 약물에 노출된 임신부 2997명과 약물에 노출되지 않은 임신부 2573명의 선천성 기형발생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임신 초기 약물 노출과 기형아 발생률은 큰 차이(약물 노출군 2.5%, 약물 비노출군 2.9%)가 없었다. 한 교수는 "태아의 기관이 발생하는 시기는 임신 5주 이후며, 태아 기형에 약물이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그 이후다"며 "임신인 줄 모르고 다이어트·피임·감기약 등을 먹은 경우는 대부분 임신 5주 이전이며, 이런 약은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으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임약은 태아의 성기가 형성되는 시점인 9주 이전까지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여드름약 '로아큐탄'과 혈액응고억제제 '와파린'은 시기와 관계없이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으므로 이 약을 복용했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임신 중에도 감기약·소화제·변비약 복용할 수 있어

약물 복용에 대한 오해 때문에 상당수 임신부는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약 복용을 거부하고 버틴다. 하지만 감기 등으로 생긴 고열을 방치하면 오히려 태아에게 해가 된다. 조연경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가 39도 넘는 고열이 12시간 이상 지속되면 태아의 신경계통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아세트아미노이펜 성분인 타이레놀이나 페니실린 계통 항생제는 태아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태아의 복부나 동맥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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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약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기약ㆍ소화 제ㆍ변비약 등은 대부분 안전하며, 만성질환자는 태아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 대체약 으로 바꾸면 괜찮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임신기에는 자궁이 커져 장이나 방광을 압박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로 인해 흔히 변비, 소화성 궤양, 방광염에 시달린다. 한정열 교수는 "대부분의 변비약은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장에서만 작용하므로 안전하며, 소화성 궤양 치료에 사용하는 '슈크랄페이트' 같은 위점막보호제나 '라니티딘' 같은 제산제는 기형아 발생과 관련이 없으니 복용해도 괜찮다. 방광염 역시 특정 항생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약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많은 임신부가 면역력 증진과 피로 회복 등을 위해 섭취하는 비타민제는 오히려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A는 태아의 뇌와 안구 형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지만, 과다 섭취하면 선천성 기형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하루 5000IU(IU는 비타민 단위) 이상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만성질환자는 대체 약물과 엽산 복용해야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간질·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임신부는 고민이 더욱 깊다.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만성질환자가 약을 계속 복용해서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보다 약을 무작정 끊어 임신부와 태아에 미치는 위험이 훨씬 더 크다"며 "주치의와 상의해 태아에게 안전한 대체 약물이나 투약방법 등을 상담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신 중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고혈압 약으로는 교감신경 억제제 계열인 '메칠도파'와 혈관확장제인 '하이드라진'이 있다. '니페디핀' 같은 칼슘차단제나 알파베타 차단제 '라베타롤' 등도 비교적 안전하다. 당뇨병은 알약 대신 태아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 인슐린 주사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엽산제를 같이 섭취하면 도움된다. 홍 교수는 "엽산은 시금치나 간 등에 들어 있는 비타민B9로 무뇌아·척추이분증 같은 신경관결손증 발생률을 70%까지 예방한다. 보통 하루에 400㎍~1㎎ 섭취해도 적당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약물 복용 중이라면 4~5㎎정도 먹는 것이 기형아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임신 중 약물 복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일병원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마더세이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태아 기형 우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담 서비스인 이 프로그램은 산부인과 전문의 및 전문 간호사가 상주해 무료 전화상담을 해준다. 전화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02)2000-7900. 이메일(koreanmotherisk@yahoo.co.kr)과 홈페이지(www.motherisk.or.kr)로도 상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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