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천연 샴푸, 약(藥)일까 독(毒)일까?
서영란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유영호(상상이 스튜디오)
입력 2010/03/12 09:06
한올의 머리카락이라도 소중히 해야 하는 이들에게 샴푸 선택이야말로 중요한 문제다. 최근에는 모근에 자극을 주지 않는 천연 계면활성제를 넣은 샴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천연 샴푸, 누구에게나 무조건 좋기만 할까?
미션!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아라
남들보다 모발이 적고 가늘어 걱정이 많은 회사원 S씨. 얼마 전 TV에서 샴푸에 함유되어 있는 합성계면활성제인 SLS(Sodium Lauryl Sulfate, 라우릴황산나트륨)와 SLES(Sodium Laureth Sulfate, 라우레스황산나트륨) 성분이 탈모를 일으킨다는 방송을 보고 천연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샴푸를 구입하기로 했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매장에서 모든 샴푸 라벨을 자세히 읽어보았지만 SLS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은 찾기 힘들었다.
요즘 S씨처럼 샴푸 하나도 성분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거의 매일 사용하는 샴푸는 두피 건강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샴푸에 포함되어 있는 SLS과 SLES 성분은 석유 부산물에 화학 공정을 가해 만든 계면활성제로 풍부한 거품을 만들고 두피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성분들은 샴푸뿐 아니라 치약, 바닥 청소제 등에도 첨가되어 있는데 저렴한 비용에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므로 시중의 세정용 제품 중 이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다.
SLS, SLES 성분이 뭐기에 난리일까
화장품 전성분표시제 실행과 함께, 내가 쓰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에는 아무 문제없이 썼던 SLS, SLES 성분이 매를 맞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천연 계면활성제를 넣은 천연샴푸가 주목을 받으며, 천연 계면활성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SLS, SLES 성분은 두피를 건조하게 하고 눈에 들어갔을 경우, 눈이 붉어지는 등 자극이 심하다. 미국독성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SLS와 SLES는 피부를 통해 쉽게 체내에 침투해 심장, 간, 폐, 뇌 등에 5일 정도 머문다고 한다.
지난해 4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건국대 최완수 교수팀에 의뢰해 아토피 유발 우려가 있는 물질에 대해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기존 생쥐모델과 새로 확립된 아토피 생쥐 모델 실험결과 모두 SLES가 아토피 유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청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는 농도가 매우 진한 SLES 원액이 사용됐다"며 "시판 제품의 SLES 농도는 훨씬 더 낮으므로 안전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항간에 SLS나 SLES가 발암물질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나 미연방환경보호국 등에서 이 물질들이 암을 일으킬 확률은 적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SLS를 대체할 확실한 대안이 없다?
발암 확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고, 피부를 건조하게 하며 자극을 주는 등 여러 위해 요소가 있는데도 SLS나 SLES 성분이 계속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코코넛, 파자마, 콩, 사탕수수, 사과 등 천연 계면활성제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재료들은 감촉이 좋고 피부 안전성이 뛰어나며 분해가 잘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원료 가격이 석유 화학계 계면활성제에 비해 5~10배로 비싸고 유화, 세정, 컨디셔닝 효과 등이 떨어지는 편이다. 기존의 샴푸 브랜드가 석유 화학계에서 천연계로 계면활성제를 바꾸게 된다면 샴푸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SLS 성분의 위험에서 두피를 지킬 수 있을까? 다행이 SLS 성분은 낮은 농도에서 신체에 큰 해를 미치지 않는다. 1990년 《한국독성학회지》에 실린 논문 <합성세제 및 계면활성 성분의 독성학적 연구>에 따르면 ‘합성세제의 제품 및 그에 첨가되는 계면활성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실험동물을 통한 급성 및 아급성 독성시험을 실시하였는데, 저농도의 계면활성 성분 투여군의 경우는 모든 시험항목에서 유의성 있는 변화를 관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즉 SLS 성분이 낮은 농도로 들어간 샴푸를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샴푸시 피부에서 완전히 제거될 수 있도록 여러 번 물로 헹궈내는 것도 중요하다.
샴푸는 두피 상태에 따라 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두피가 건조하고 민감할 때는 자극성이 적은 천연 샴푸, 평소보다 유분이 많을 때는 일반 샴푸를 사용한다면 두피와 모발을 더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