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식수술 시술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0년이 됐다. 이 시술은 단번에 시력을 1.0으로 만들어 단번에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모든 시술이 그렇듯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발견됐고,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했다. 10년간 어떤 문제점이 거론됐으며, 최신 시술법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알아봤다.
도입 초, 안전성에 대한 의문 제기
시력교정술은 1980년 미국 트로켈이라는 안과 의사에 의해 처음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보다 훨씬 빨리 라식수술을 시작했는데, 1988년 처음으로 엑시머 레이저 수술을 시작했으며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도입 초, 하루 만에 시력이 1.0 이상까지 나오는 획기적인 수술로 인정 받으며, 안경과 콘택트렌즈가 맞지 않던 사람 위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한때 ‘정작 안과 의사들은 라식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돌면서 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이후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끊임없는 장비의 발전으로 안과 의사도 수술을 받는 안전한 수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 등의 부작용, 한계의 극복
라식수술 후 가장 큰 부작용은 안구건조증과 빛 번짐이다. 일부 시력이 수술 직후보다 떨어지는 근시 퇴행이 일어나거나 드물게 각막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라는 희귀한 질병이 보고되면서 라식수술은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란 눈의 검은 동자 쪽 각막에 '하이알린'이라는 흰색 물질이 끼는 병으로 1320명 당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 질환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질환이 있는 사람이 라식이나 라섹수술을 받은 후 실명되는 사례가 보고 되기 시작했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 있는 사람은 라식이나 라섹수술 등을 할 때 각막 사이를 절제하면 특정 유전자가 자극을 받아 옆으로 분화하거나 더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수술 후 실명할 위험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논문을 통해 이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왜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안 되는지가 밝혀지면서 불암감은 점차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수술 전 시력검사,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수술을 해야 할 사람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명확히 가려낼 수 있게 되면서 부작용이 많이 줄었다. 최근 한 보고에 따르면, 근시퇴행으로 인한 재수술률은 90년대 20%에서 2009년 2% 정도로 크게 감소했다.
시력교정술의 최신 트렌드
최근 시력교정술의 트렌드는 올(All) 레이저 방식이다. 예전에는 칼이나 대패 등으로 각막절편을 만들고 각막 실질을 벗겨냈지만, 최근에는 이 모든 과정을 레이저로 시행한다. 레이저가 각막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정확하게 벗겨내고, 수술 후 회복도 빠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각막이 얇은 사람이나 고위수차가 높아 각막이 평평하지 않은 경우에도 시력교정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더 빠르고 정교한 레이저를 사용하면 같은 1.0 시력이라도 시력의 질이 더 뛰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의 각막 지형도를 분석해 수술 후 시력을 미리 예측하고, 수술 시 안구의 떨림까지 계산하고 추적하는 ‘웨이브프론트’ 방식도 등장했다.
첨단 장비에 대한 지적
요즘 개원 안과에서 내세우는 라식 종류는 마이크로라식, 다빈치라식, 에피라식, 아이라식, 비쥬라식, 아사(ASA)라식, M라식, 무통라섹, 웨이브프론트라식 등 30여 종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은 이름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같은 수술이다. 모두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레이저가 빠르게 나오는 ‘펨토세컨드’라는 최신 레이저 장비를 이용한 수술법인데, 레이저빔의 직경, 레이저가 조사되는 속도, 레이저가 각막을 자르는 속도 등 레이저 종류에 따라 이름만 다르게 붙인 것이다. 이 중에는 라식수술 후 넣는 안약 이름을 붙인 수술법, 외국 라식수술 권위자 이름을 딴 수술법, 수술 장비회사 이름을 붙인 수술법, 레이저 장비 두 대의 이름을 조합해 붙인 수술법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라식수술 경쟁이 심해지면서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장비를 들여와 마치 새로운 수술법인 것처럼 홍보,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레이저의 종류나 조사되는 속도에 따라 교정시력이 더 좋아진다거나 부작용 발생률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는 없다"며, “물론 각막이 아주 얇거나 울퉁불퉁한 사람 등은 이런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최신 수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1.5~2배 정도 비싼 새로운 기계를 이용한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시력교정술 선택 시 유의할 점
무엇보다 시력교정수술 전 검사를 치밀하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수술 전에 수술 시간보다 몇 배 긴 시간을 들여 검사를 한다. 이를 통해 시력교정수술이 적합한지, 어떤 수술이 본인에게 맞는지 알아보고 충분한 상담도 받는다. 수술 전 병원을 고를 때는 수술 장비보다는 수술 전 정밀검사 장비가 좋은가, 의사가 직접 수술 상담을 하는가, 과도한 가격할인이나 이벤트를 벌이지는 않는가, 당뇨병 등 눈 관련 질환 검사를 하는가 등을 따져봐야 하며, 수술 방법을 고를 때에는 시력, 각막의 두께, 검은자의 크기 등에 따라 본인에 맞는 수술법을 골라야 한다.
<도움말= 최재호 누네안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