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불러도 대답없는 아이, 알고봤더니 '헉'
입력 2010/03/10 11:48
자폐증이 일반 사람에게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자폐증을 가진 아동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자폐증은 신생아 1만명 당 4.5명 정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자폐행동을 보이는 아동까지 합하면 1만 명 당 15명 내지 20명으로 추산된다.
자폐증이 일반인의 관심을 끌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영화 “레인맨”과 “말아톤”의 영향이 크다. 실제 천재성 자폐인을 모델로 한 이 영화들를 통해 사람들의 자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자폐아를 자녀로 둔 사회 저명인사들의 커밍아웃도 연달아 이어졌다. 자폐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실제로 요즘에는 그 관심도가 오히려 지나쳐 아이가 조금만 이상해도 자폐아가 아닌지 문의하러 올 정도이다.
그렇다. 자폐는 일찍 발견하면 할수록, 교육을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호전되는 양상과 속도가 훨씬 빠르다. 때문에 조기에 진단받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사실 자폐는 아동이 2~3세가 넘어야 그 증세가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진단을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12~24개월 된 아이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사람과 눈맞춤을 하는 것을 싫어하며 사람들이 툭툭 치거나 말을 해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반면 TV나 자극적인 것, 또는 흔들리는 것에는 눈을 떼지 않고 계속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증상은 생후 몇 개월만 지나도 나타난다.
또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며, 장난감을 보통아이와 다른 형식으로 이상하게 가지고 노는 것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어떤 자폐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높은 곳을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며 다소 심한 과잉행동을 하기도 한다. 과잉행동이 심한 경우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돌아다니며, 밤잠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적거나 잠재우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나 아이가 위와 같은 행동들을 보여도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행동에 민감한 부모들도 많지만 아이의 이상 행동을 일시적인 행동이라고 보고 넘어가는 부모들도 많다. 특히 자폐아들은 맏아이에다가 남자아이가 많은데, 양육경험이 없는 부모가 잘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폐아들에게는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자폐증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이상행동들을 잘 숙지해 놓았다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양육경험이 많은 할머니나 주변 친척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좋다.
/이현숙 아이들세상의원 원장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자폐증 체크리스트>
1. 뭔가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없거나 거의 되지 않는다.
2. 사람과의 눈맞춤은 거의 되지 않거나 할 의지가 없는 반면 자극적인 것이나 흔들리는 것 (시계추, 모빌)에는 시선을 잘 고정시킨다.
3. 제 연령에 맞는 장난감을 잘 갖고 놀지 못하고 관심도 갖지 않으며, 좀 별다르게 사용한다. 예를 들면 블록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죽 늘어놓는다든지, 딸랑이소리에 관심 없이 무조건 입으로 집어넣으려고 한다.
4. 과잉 집착하는 행동이나 사물이 있다. 집착하는 사물은 변할 수 있으나 집착도가 남다르다.
6. 스킨십이 잘 되지 않는다. 스킨십에 대한 반응이 무덤덤하거나 뭔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확실히 느껴진다.
7. 빙빙 도는 것을 좋아하거나 장난감을 빙빙 돌리는 행동을 자주 한다.
8. 배변훈련이 잘 되지 않거나 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9. 전체 운동기능의 부적절한 부조화를 보이며, 연령대에 맞게 시작하는 운동이나 몸동작이 되지 않는다.
10. 통증에 대해 둔감하거나 굉장히 아픈 충격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11. 밤에 잠자는 것에 문제가 있으며, 때로 잠드는 것이 아주 힘들다.
12. 어떤 경우 몸동작이 굉장히 빠르며, 눈깜짝할 사이 없어지기도 한다.
13. 위험 감지 능력이 없으며 위협적인 일에도 무덤덤할 때가 많다.
14. 또래집단에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