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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선일보 DB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이 손가락과 손목 관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거의 대부분 터치폰으로 문자 키패드 간의 경계가 없어 오타율이 높다. 손이 큰 사람은 한꺼번에 두 세 개의 버튼을 누르기 일쑤다. 그렇다고 매번 문자를 보낼 때마다 펜을 사용하기도 번거롭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세워서 손끝으로만 터치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일반 핸드폰에 비해 손가락과 손목 관절에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과도한 문자메시지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 이 질환은 손으로 가는 힘줄, 신경 및 혈관들이 손목의 좁은 부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마비현상을 말한다. 손목 신경은 얇은 외피로 된 관 안을 통과하는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컴퓨터 마우스 조작 같은 반복 동작으로 이 관의 외피가 두꺼워지면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손이 저리게 된다. 증상은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중신경은 새끼손가락에는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엄지부터 약지까지만 증상이 나타나고 새끼손가락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주부들의 손목터널증후군은 손이 저린 증상만 있는데 반해, 청소년들의 손목터널증후군은 손이 저리면서 엄지손가락의 관절 통증까지 함께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물론 휴대폰을 가끔씩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사용 빈도가 높은 층이라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휴대전화 사용 시 문자메시지로 인한 근육통을 ‘블랙베리증후군’이라 부르며 정식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개인휴대단말기(PDA)인 ‘블랙베리’라는 상표를 본 뜬 이름으로, 문자메시지로 인한 각종 근육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사례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의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평상시 바른 자세로 손목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메시지는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고 메시지를 보낼 때도 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가볍게 쥐는 것이 좋다. 또한 엄지손가락만 이용할 게 아니라 책상 같은 바닥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검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한편 자판을 치거나 마우스를 클릭하는 등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동작도 손목터널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자판도 손목과 높이를 비슷하게 맞춰 각이 생기지 않도록 자판의 높이와 의자의 높이를 잘 맞추어야 한다.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해야 하는 경우 오른손만 사용하지 말고, 컴퓨터의 설정을 바꿔 왼손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한다.

김기봉 현대유비스병원 관절전문센터 소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손목 돌리기나 털기, 깍지 끼고 앞으로 뻗기 등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컴퓨터 사용 중 손이 저리거나 통증이 생기면 일단 일을 중단하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5∼10분 정도 쥐었다 펴주기를 반복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손목터널증후군은 물리치료와 스트레칭만으로 호전되지만 통증이 오래 가거나 심하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신경 검사 후 심한 신경압박 증상이 확인된 경우 수술을 받아야 하며 수술은 최소 절개나 내시경을 이용하여 간단히 시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