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에코 트렌드에 따라 한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지역에 한옥마을이 조성되고, 한옥식 설계 아파트와 병원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웰빙여행으로 한옥 민박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옥 바람은 무언가 이상하다. 자연친화형 한옥의 특성은 온데간데 없고 한옥 모양만 갖춘 시멘트 덩어리가 세워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자.
전통 한옥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한옥의 구들장은 아궁이에 땔감을 때면 뜨거운 공기가 구들장 밑으로 지나면서 방바닥을 따뜻하게 해준다. 서양식 벽난로는 열기가 위로 향해 바닥에 찬 기운이 모여들지만, 구들장은 바닥은 따뜻하고 위는 차서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원리를 충족한다. ‘두한족열’이란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해야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쾌적성이 높아진다는 한의학의 원리이다.
전통 한옥은 부엌에서 발생한 연기의 그을음이 목재를 감싸면서 표면의 탄소로 인해 해충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한옥에 사용하는 목재는 주로 사람에게 이로운 나무 중 하나인 소나무를 사용한다. 인체에 편안하고 공기순환을 활성화하는 흙을 사용한다는 것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한옥을 ‘숨쉬는 집’이라 일컫는 것은 흙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 흙, 돌은 환경오염 없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들이다.
방과 방 사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대청마루는 여름이면 바람을 통하게 해주어 자연 냉방기 역할을 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돗자리 하나만 깔면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없다.
한옥을 한옥답게 만드는 구들장, 흙벽, 대청마루 등은 서구식 주거 문화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겐 도리어 불편함만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 때문일까? 최근 개보수되고 있는 한옥은 무늬만 한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마을인 북촌은 ‘북촌 한옥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 개조와 수리비 명목으로 최고 6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덕분에 외형은 한옥이지만 시멘트 마당에 보일러를 깔고 입식 부엌이 들어선 한옥으로 탈바꿈했다. 수원성 안의 한옥도 마찬가지로 보수와 수리 과정에서 시멘트 덩어리로 변했다. 현대식 건축에 비해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수명이 짧은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한옥의 큰 장점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새로 지은 현대식 한옥은 기와지붕은 갖추었지만 내부 구조나 창문 등의 자재로 화학물질 마감재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오염물질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 쉬우며 이는 아파트의 새집증후군과 다를 바 없다.
장명희 한옥문화원 원장은 “천연 자재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용 때문에 어쩔 수없이 공산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건축 내장재가 함유하고 있는 성분분석 및 유해물질 함유량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집은 시대의 정서와 생활양식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라 한옥을 무조건 정형화하기는 힘들다. 현대적 편리함을 살리되, 전통 한옥의 건축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옥’에 주목한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에코리즘은 자연 그대로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 한옥의 외관이 주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다면 이제는 한옥의 과학적인 건축 원리가 주는 웰빙 라이프에 주목해 보자. 한옥의 원리는 주거환경 때문에 생긴 현대의 많은 질병에서 자유로울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참고서적 《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랜덤하우스)